‘의료 마비’ 日…임산부도, 중증 환자도 병원 못가

입력 2021-08-26 11:02 수정 2021-08-26 11:12
지난 23일 일본 도쿄에서 시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거리를 걷고 있다. AP뉴시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한 일본에서 자택 요양 중 사망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특히 한 환자는 최근 30여개 병원에서 수용이 거부되다가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9시15분쯤 지바현 이치카와시의 한 주택 화장실에 A씨(62)가 쓰러진 채 친족에게 발견됐다. 친족은 즉시 이를 119에 신고했다.

구급대원이 도착했을 때 A씨는 의식이 없고, 38.9도의 고열이 있는 상태였다. 소방 당국에서는 A씨를 입원시킬 병원을 찾았지만, 30여개 병원에서 “발열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거절했다. 결국 A씨는 50㎞ 떨어진 병원에서 숨졌다.

시 소방국은 “발열이 있으면 코로나19로 의심되기 때문에 받아들일 곳을 찾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도쿄의 구급차. 연합

또 지난 17일에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임신부가 입원할 곳을 찾지 못해 임신 7개월도 채우지 않은 상황에서 조산한 아기가 숨지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코로나19 감염에도 불구하고 입원하지 못한 환자는 전국적으로 12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 47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중 70%인 33개 도도부현 병상 사용률이 5할을 넘어섰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도쿄도, 사이타마·가나가와·지바현 등 수도권 4개 광역자치단체에서 자택 요양 중 사망한 사람만 이달 들어 적어도 21명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달(4명)의 5배를 넘어서는 수치다.

13일 일본 도쿄도 이타바시구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보호구를 착용한 의사가 자택에서 요양 중인 환자를 왕진하고 있다. 교도연합

사실상 코로나19 확산으로 응급 의료 체계가 붕괴 초입에 이른 셈이다. 전문가들도 “재해 상황에 가까운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자택 왕진 치료 전문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타시로 카즈마 원장는 NHK에 “최근 며칠 사이 심각한 증상의 환자가 늘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에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했던 환자가 입원하지 못하고 있다”며 “재택 요양으로는 충분한 치료를 할 수 없으며, 우리의 열의만 가지고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전날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긴급사태 발령 지역의 확대를 결정했다. 기존 도쿄도와 오사카부 등 13개 지역을 포함해 총 21개 광역 지자체에 긴급사태가 발령되는 셈이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