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상태로 운전하다 대만인 유학생을 숨지게 한 50대 남성 A씨가 1심과 같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부장판사 원정숙 이관형 최병률)는 25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 등의 혐의를 받는 A씨(52)에게 1심과 같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6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인근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79% 상태에서 운전하다 보행 신호에 따라 건너던 20대 대만인 유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지난 4월 1심 선고 공판 때 “A씨가 음주운전으로 과거 두 차례 처벌을 받았음에도 또다시 음주운전을 했다”며 “신호위반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죄질이 불량하다”며 검찰의 구형량인 6년보다 더 높은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 A씨의 변호인은 징역 8년이 너무 무겁다는 취지에서 1심 판결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A씨는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며 속죄하고 있다”며 “고인과 유족분들께 이루 말할 수 없는 죄책감과 미안함을 느낀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반면 피해자 측 변호사는 “유족은 슬프고 아쉬운 마음을 표현하고 있고 사건 초기부터 합의 의사가 없다고 명백히 밝혀왔다”며 “그럼에도 A씨 아내가 직접 대만을 찾아가 유족의 소재를 뒤졌는데 이는 명백한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당심에 이르러서 A씨가 피해자의 유족에게 보내는 사죄 편지를 유족의 대리인에게 보내기도 했고 유족이 형사보상금 용도로 돈을 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유족은 엄중하고 합당한 처벌을 바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유족은 피고인 처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전적 보상이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심 양형을 변경할 만한 조건의 변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우리나라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대만인 유학생이었다. 유학생의 친구가 ‘횡단보도 보행 중 음주 운전자의 사고로 28살 청년이 사망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고 일주일여 만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서 이 사건이 알려졌다.
박채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