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정말 특별한 신발’…234㎝ 美 최장신 38세 사망

입력 2021-08-26 00:04 수정 2021-08-26 00:04
CNN 기사 캡쳐

키 234㎝의 미국 최장신 남성이 심장병으로 38살에 생을 마감했다.

우크라이나 태생인 이고르 보브코빈스키(38)가 지난 20일 미국 미네소타주의 병원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고 CNN 등 현지 언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브코빈스키는 2010년 현존하는 최장신 남성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인물이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뇌하수체거인증을 앓았다. 뇌하수체거인증은 성장 호르몬이 과다 분비돼 신체 부위가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희소 질환이다. 그는 어린 시절 이후 무릎 관절염으로 고통받은 데다 최근 걷는 것도 힘들 정도로 상태가 악화했다. 또 당뇨병까지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2년 이고르 보브코빈스키(Igor Vovkovinskiy)가 그의 맞춤 제작 신발에 대해 기자와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 CBS NEWS 방송 화면 캡처

그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에 2012년 온라인에서 벌어졌던 ‘맞춤 신발 제작’ 캠페인 일화도 회자하고 있다. 기성 신발은 그의 큰 키를 지탱할 만큼의 마찰력이 없어 보브코빈스키가 신으면 미끄러지기 쉬웠다. 특히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는 날에 외출하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까웠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었다가 발에 상처가 나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수술하기를 반복했다. 무려 6년간 16번의 발 수술을 받았다.

이 같은 사연에 그가 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신발 제작을 위한 모금 운동이 진행됐다. 당시 목표액 1만6000달러(1866만원)의 2배가 넘는 모금액이 모였다.

당시 운동화 회사 리복이 나서 그의 신발을 무료로 제작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지난 6년은 집에 갇힌 죄수나 다름없는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며 “특수 제작된 신발을 신으면 마치 베개나 매트리스 위를 걷는 기분일 것 같다”고 했다.
지난 2012년 이고르 보브코빈스키(Igor Vovkovinskiy)가 리복 본사에서 맞춤 제작한 신발을 신어보는 모습. CBS NEWS 방송 화면 캡처

그렇게 마련된 특수 신발은 그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했던 것으로 보인다. 장례식장 온라인 부고에는 그가 친구,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즐겼으며 때로는 낚시도 하고 여행도 즐겼다고 적혀 있다. 장례식은 오는 28일 진행될 예정이다.

천현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