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공안통 출신 변호사들, “중대재해처벌법 우려” 의견서

입력 2021-08-25 17:42 수정 2021-08-25 18:21

산업재해 수사 경험이 많은 공안·특수통 출신 변호사들이 최근 입법예고가 끝난 ‘중대재해 등에 관한 처벌법(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의 미비점을 지적한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추상적 표현이 많아 처벌 기준이 모호하고 사업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채 안전 조치 의무를 부과한 건 과도하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법 시행을 5개월 앞둔 법무부는 각계 의견을 검토해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 등 검찰 출신 변호사 6명이 꾸린 ‘중대재해처벌법 실무연구회’는 지난 23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법무부에 냈다. 송 전 지검장은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불러온 해운업계의 구조적 비리를 파헤쳐 한국해운조합 이사장 등 43명을 기소한 특수통이다. 그는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도 출간했다.

실무연구회는 중대재해처벌법이 형사 처벌의 구체적인 범위와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적정한 예산과 인력’ ‘필요한 조치’ 등의 문구가 불명확해 처벌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안전 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를 발생시킨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 대한 가중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특별법인 만큼 보다 명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무연구회는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고 해야 하는지가 불분명하다”며 “이는 헌법상 기본 원칙인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될 뿐더러 수사기관의 자의적 해석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유예기간 3년이 지나면 소상공인도 안전 보건조치 의무를 지켜야 하는데 중대산업재해를 발생시키는 대규모 사업장과 비교하면 불공평하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최근 대규모 식중독 사태를 낳은 김밥집 사건도 ‘생명·신체에 해로운 원료 또는 제조물’로 규정돼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법 적용 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보다 최고 형량이 6배나 높은데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김밥 파는 분식집 사장,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도 모두 처벌 대상이 되는 데 비해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실무연구회는 이밖에 “최장 3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중차대한 형사처벌 법령을 제정하면서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다”고도 꼬집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경영계와 노동계, 학계 의견이 각각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오는 10월 최종안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