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정권교체 희화화 빌미 줄 수 없다”…이준석 ‘눈물 만류’

입력 2021-08-25 16:51 수정 2021-08-25 19:41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의원직 사퇴와 대권 도전 포기 선언을 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국민권익위원회의 국민의힘 부동산 전수 조사 유탄을 맞은 윤희숙 의원이 25일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대권 도전도 접었다. 그는 눈물을 보이며 말리는 이준석 대표에게 “이게 내 정치”라고 했다. 윤 의원은 다만 “우스꽝스러운 조사”라며 권익위가 내놓은 결과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국민의힘은 권익위 조사의 편파성을 문제 삼으며 역공에 나섰다.

윤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의원직을 서초갑 지역구민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며 “이 시간부로 대선후보 경선을 향한 여정도 멈추겠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의원 12명의 부동산 의혹을 발표했다. 윤 의원은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으로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당 지도부는 본인 문제가 아니고, 의혹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윤 의원은 “저희 아버님은 농사를 지으며 남은 생을 보내려 2016년 농지(세종시 전의면)를 취득했으나 어머님 건강 악화로 한국농어촌공사를 통해 임대차 계약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6년 전 결혼할 때 호적을 분리한 이후 아버님의 경제활동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지만, 아버님의 평소 삶을 볼 때 위법한 일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권익위 조사 의도에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독립관계로 살아온 지 30년이 돼가는 친정아버님을 엮는 무리수가 야당 의원의 평판을 흠집 내려는 의도가 아니고 무엇이겠나”는 것이다. 그러면서 “권익위의 끼워맞추기 조사는 우리나라 정상화의 길이 정권교체 뿐이라는 걸 다시금 보여준다”고 했다.

윤 의원은 “제가 비록 우스꽝스러운 조사 때문이긴 하지만 정권교체 명분을 희화화할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25일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과 이를 만류하던 이준석 대표가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회견장에는 이 대표와 당 지도부, 여러 의원들이 찾아와 사퇴를 만류했다. 윤 의원의 눈시울이 붉어지자, 이 대표도 눈물을 훔쳤다. 이 대표는 “권익위 조사를 보면 최소한의 구성요건도 갖추지 않았거나, 연좌의 형태로 의혹 제기가 돼있다”며 “참 야만적”이라고 권익위를 겨눴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야당에 더 가혹하게 하기 위해 의도된 각본에 따라 조사한 것 아닌가”라고 따졌다.

사퇴 선언에도 윤 의원이 바로 의원직을 내놓을 수는 없다. 국회법상 본회의 표결을 거치거나, 국회의장 허가가 필요하다. 윤 의원은 “민주당이 아주 즐겁게 (사직안을) 통과시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속보이는 사퇴쇼” “피해자 코스프레” 등의 깎아내리는 평가가 나왔다.

지호일 손재호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