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의 국민의힘 부동산 전수 조사 유탄을 맞은 윤희숙 의원이 25일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대권 도전도 접었다. 그는 눈물을 보이며 말리는 이준석 대표에게 “이게 내 정치”라고 했다. 윤 의원은 다만 “우스꽝스러운 조사”라며 권익위가 내놓은 결과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국민의힘은 권익위 조사의 편파성을 문제 삼으며 역공에 나섰다.
윤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의원직을 서초갑 지역구민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며 “이 시간부로 대선후보 경선을 향한 여정도 멈추겠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의원 12명의 부동산 의혹을 발표했다. 윤 의원은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으로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당 지도부는 본인 문제가 아니고, 의혹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윤 의원은 “저희 아버님은 농사를 지으며 남은 생을 보내려 2016년 농지(세종시 전의면)를 취득했으나 어머님 건강 악화로 한국농어촌공사를 통해 임대차 계약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6년 전 결혼할 때 호적을 분리한 이후 아버님의 경제활동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지만, 아버님의 평소 삶을 볼 때 위법한 일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권익위 조사 의도에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독립관계로 살아온 지 30년이 돼가는 친정아버님을 엮는 무리수가 야당 의원의 평판을 흠집 내려는 의도가 아니고 무엇이겠나”는 것이다. 그러면서 “권익위의 끼워맞추기 조사는 우리나라 정상화의 길이 정권교체 뿐이라는 걸 다시금 보여준다”고 했다.
윤 의원은 “제가 비록 우스꽝스러운 조사 때문이긴 하지만 정권교체 명분을 희화화할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회견장에는 이 대표와 당 지도부, 여러 의원들이 찾아와 사퇴를 만류했다. 윤 의원의 눈시울이 붉어지자, 이 대표도 눈물을 훔쳤다. 이 대표는 “권익위 조사를 보면 최소한의 구성요건도 갖추지 않았거나, 연좌의 형태로 의혹 제기가 돼있다”며 “참 야만적”이라고 권익위를 겨눴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야당에 더 가혹하게 하기 위해 의도된 각본에 따라 조사한 것 아닌가”라고 따졌다.
사퇴 선언에도 윤 의원이 바로 의원직을 내놓을 수는 없다. 국회법상 본회의 표결을 거치거나, 국회의장 허가가 필요하다. 윤 의원은 “민주당이 아주 즐겁게 (사직안을) 통과시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속보이는 사퇴쇼” “피해자 코스프레” 등의 깎아내리는 평가가 나왔다.
지호일 손재호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