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발렌시아 떠나나… 이적시장 막판 이강인 이적설 점화

입력 2021-08-25 16:42 수정 2021-08-25 17:59
AP연합뉴스

스페인 라리가 발렌시아 유소년에서 성장한 한국 축구 대표 유망주 이강인(20)이 여름 이적시장 종료를 코앞에 두고 이적설에 휘말렸다. 세계 최상위 수준 유망주임에도 그간 출장 기회를 둘러싸고 구단과 갈등을 빚어온 데다 현지에서 제기되는 정황이 꽤 구체적이다. 다만 이미 유럽 주요리그가 개막해 대다수 팀이 선수단 정비를 마친 터라 그리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다.

스페인 지역 언론 엘데스마르케는 24일(현지시간) “발렌시아는 마르코스 안드레와 이미 계약을 체결했다. 그를 시즌 스쿼드에 등록시키기 위해 구단은 최우선으로 이강인을 떠나보내려 한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 가입국 국적이 아닌 선수를 한 팀당 3명까지만 등록시킬 수 있는 라리가의 ‘논(Non)-EU’ 조항 때문에 브라질 국적의 안드레를 등록시키려고 이강인을 내보내려 한다는 설명이다. 신임 호세 보르달라스 감독의 구상에서 이강인이 일찌감치 제외된 모양새다.

이 매체는 “현재 이강인과 구단은 구체적인 방법을 협상하고 있다”며 “구단이 (상호 계약해지로) 이강인을 자유계약(FA) 신분으로 놓아주는 안까지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 경우 구단들이 이강인을 이적료 부담 없이 쉽게 데려올 수 있다. 발렌시아와 이강인의 계약 기간은 이번 시즌 종료 시점까지다. 발렌시아는 이강인을 팔지 않고 남길 경우 그와 새 영입생 중 하나를 못 쓸 수도 있기에 다급한 입장이다. 그렇지만 오랜 시간 공을 들인 유망주 이강인을 팔아 받아낼 수 있는 이적료를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강인을 원하는 구단들의 이름은 속속 떠오르고 있다. 지역 언론 디아리요데마요르카는 라리가 구단 마요르카가 적극적으로 이강인을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레알 마드리드 출신의 일본 기대주 쿠보 타케후사가 임대로 이적한 마요르카는 이번 시즌 승격팀으로서 잔류를 위해 빠른 전력 강화가 급하다. 축구전문매체 아볼라는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의 브라가가 그를 원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이강인은 우선 라리가에 남기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적료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하면 섣불리 앞날을 예상할 수 없다.

이강인은 그간 발렌시아에서 꾸준하게 출장 기회를 잡지 못했다. 2019년 20세 이하 월드컵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하며 세계가 주목하는 유망주로 떠오른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명성과 달리 수년간 중위권으로 쳐진 소속팀 발렌시아의 팀 사정이 어린 선수에게 기회를 주기에는 좋지 않기도 했다. 올 시즌이 프로로서 3번째 시즌이지만 그간 이강인이 리그에서 선발 출장한 경기는 18경기, 리그 전체 출장시간은 1733분에 불과하다. 때문에 이강인은 구단의 재계약 제안을 거절한 채로 이적을 요구해왔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이강인은 반드시 뛸 수 있는 팀으로 가는 게 최선이다. 그를 정말 원하고 써줄 팀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갈수록 어린 나이에 기량을 만개하는 세계 축구계의 흐름상 20대에 들어선 지금이야말로 선수로서 가장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발렌시아 구단과 쌓인 감정의 골도 잘 풀어 평화롭게 헤어질 필요가 있다”면서 “자칫 구단과의 감정싸움이 극에 달해 구단이 이강인을 놓아주지 않은 채 시즌 내내 쓰지 않고 묵혀놓는 상황이라도 발생한다면 그야말로 최악”이라고 우려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