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장군…’ 충북동지회 위원장 하드에 이적물 와르르

입력 2021-08-25 16:11

이른바 ‘청주 간첩단’ 사건을 수사해온 국가정보원이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위원장 손모(47)씨가 소지한 이적표현물을 대거 추가로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애초 10여건에 불과했던 이적표현물이 200여건으로 늘어난 것인데, 공안 수사 경험이 많은 이들은 압수물의 포렌식 성과에 따른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손씨는 “모르는 문건”이라고 반박했다.

25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원과 경찰은 최근 손씨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이적표현물 200여건을 소지한 혐의를 범죄사실로 적시했다. 지난달 구속영장 청구 당시 그가 소지한 이적표현물은 10건이라고 적었는데, 숫자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국정원은 손씨의 외장하드를 분석한 결과 새로운 폴더를 발견했고, 이 안에서 김일성 김정일 찬양 문건과 동영상이 발견됐다고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밝혔다.

분량으로 보면 문건 65건과 동영상이 135건이다. 제목으로는 ‘김정일 장군의 통일전략’ ‘주체사상 총서’ ‘사회주의에 대한 훼방은 허용될 수 없다’ 등의 문건, ‘우리 인민반장’ ‘영원한 사랑의 품 만경대 혁명학원’ 등의 동영상이 추가로 발견됐다.

국정원과 경찰은 손씨의 영장을 재청구할 때 현직 국회의원으로부터 수집한 정보를 북한에 보고한 사실도 추가했다. 손씨 등 4명은 지난해 10월 2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었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27분간 면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송 의원으로부터 대통령에게 남북철도 연결사업과 관련해 사업 초기부터 추진 건의를 했다는 사실, 당시 대통령이 소극적이었다는 사실 등을 청취했다고 한다.

5일 뒤 윤모(50·여·구속)씨는 청취한 내용을 토대로 “현정부의 공동선언 이행에 미온적 태도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끼며 적극적으로 조직해보자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는 내용을 북한 문화교류국에 보고했다. 이후 북한 문화교류국은 지난해 11월 5일 “회사 보고를 접수하고 본사에서 진지한 협의를 진행했다”고 알려 보고문의 접수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송 의원 측은 이에 대해 “외통위원장으로서 유관단체를 자주 만나는데 그 중 하나였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수사 과정에서 나온 새로운 내용을 추가해 손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지만, 법원은 손씨의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손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압수수색 과정에 참여하지 않아 무엇을 토대로 혐의를 추가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문건 제목을 봐도 대부분 모르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