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24일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후임으로 최고운영책임자(COO)인 팀 쿡을 선임했다. 시장은 쿡을 의심했다. 선임 직후 주가는 5% 하락했다. 혁신으로 애플을 이끌었던 잡스의 빈자리를 쿡이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쿡 취임 당시 주당 13.34달러였던 주가가 지난 23일 149.71달러로 1022% 올랐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3490억 달러였던 시가총액은 2조400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잡스가 자신의 기술적 비전을 고집했던 것과 달리 쿡은 대중이 원하는 제품을 내놓는데 주력했다. 삼성전자 등 경쟁사들이 대화면 스마트폰을 내놓자 아이폰6부터 크기가 다른 2종류의 제품을 출시하면서 흐름에 동참한 게 대표적이다. 쿡의 방향은 애플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IT매체 더 버지는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고 수익성이 좋은 회사”라고 평가했다.
쿡은 잡스와는 색깔이 전혀 다른 CEO다. 잡스가 혁신을 상징한다면 쿡은 꼼꼼한 운영의 대가다. 컴팩, IBM에서 회사 운영 노하우를 익힌 쿡은 애플에 합류한 이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일하며 부품 공급 업체를 100개에서 20개로 줄이고, 재고 보유를 70일에서 10일 수준으로 낮췄다. 효율성을 높여 애플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는 매일 아침 3시45분에 기상할 정도로 부지런하다. 성격은 조용하고 신중하며 따뜻하고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직원들에 거침없이 독설을 날리는 잡스와 달리 온화한 성품으로 의견을 경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 지독한 일벌레다. 새벽이나 쉬는 날에도 전화로 업무를 지시하는 걸로 유명하다. 쿡은 2014년에는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기도 했다.
쿡 CEO 재임 기간동안 애플은 애플워치, 에어팟 등 액세서리 종류의 신제품을 내놨다. 하지만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으로 패러다임을 바꾼 과거 애플처럼 혁신은 없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현재 애플은 서비스 회사로 변모 중이다. 애플TV+, 앱스토어, 애플뮤직 등을 키우고 있다.
전 세계에 애플 기기는 10억대가 넘고 앱스토어에는 200만개 이상의 앱이 있다. 애플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규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앱스토어 인앱 결제 문제가 대표적이다. 애플이 독점 규제 이슈를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쿡 CEO의 새로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