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을 피해 자국을 탈출하려는 아프가니스탄인 중 과거 한국 정부와 협력한 380여명이 충북 진천에 있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이 머물게 된다. 충북혁신도시가 위치한 이 지역 주민 대다수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정부 결정을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은 지난해 2월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국 우한 교민을 수용했던 곳이다. 당시 진천주민은 인재개발원 주변에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등 아동 교육시설 10곳이 몰려있다며 반발했던 것과 달리 전반적으로 차분한 모습이었다.
정부는 25일 오전 충북혁신도시 출장소 대회의실에서 주민 설명회에 나섰다.
윤창렬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한국 정부와 협력한 이들로 80가구 400명 정도가 될 것”이라며 “가족 단위가 대부분이고 10세 이하의 아동도 40%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시설 대부분이 코로나19 수용시설로 활용되고 있고 400실 규모를 갖춘 곳도 없다”며 “다인실과 교육 프로그램을 갖춘 곳이 공무원인재개발원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강성국 법무부 차관은 “일반적인 난민과 다르다”며 “의사, 엔지니어, 대사관 통역사 등 엘리트 집단이고 철저한 신원확인을 거쳤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가 위상도 높아지고 이에 걸맞는 행동을 해야하는 입장”이라며 “한국 정부를 도와준 사람들은 모르척하는 것도 부적절한 것 같다”고 전했다.
강 차관은 “생명의 위협을 피해 입국하는 분들이라서 한국 정부의 보호가 필요하다”며 “한국에 해를 키치는 분이 아니다. 2018년 제주도로 입국한 예멘 난민 신청자도 관리한 경험이 있다.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당부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대다수 주민들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무조건 반대할 수 없다”며 정부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박윤진 덕산읍이장협회장은 “한국 전쟁 당시 우리 국민들도 큰 고통을 받았던 것을 생각해 아프간 난민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지자체와 협의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수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주민 A씨는 “지난해 중국 우한 교민에 이어 대승적인 차원에서 아프칸 협력자들이 잘 지내시길 바란다”며 “정부는 이들이 인재개발원에서 머무는 동안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한국전쟁 당시 우리 국민들도 큰 고통을 받았던 것을 생각해 아프간 난민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정부 활동을 지원해온 협력자들이 진천에서 머무는 동안 인재개발원 인근에 환영 현수막을 게재할 예정이다.
그러나 주민들 사이에선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학부모 임모(47)씨는 “정부가 주민들에 어려운 부탁을 하러 온 것이라 어려운 통보를 하고 있다”며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의 무서운 얘기가 맘카페에 올라오는 등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고 전했다. 또 주민 C씨도 “진천 주민들 대부분은 지난해 중국 우한 교민에 이어 아프칸 난민을 수용하겠다는 생각”이라며 “이들의 방역과 치안 문제 등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기 바란다”고 했다.
다른 주민 역시 “왜 매번 충북혁신도시 공공기관이냐”며 “항구적인 재난대응시설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진천=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