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걱정에 백신 미접종 美 임신부, 코로나 확진 후 사망

입력 2021-08-25 12:14 수정 2021-08-25 13:37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모든 임신부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접종을 권고했다고 AP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전염성이 높은 델타 변이로 백신 미접종 임신부 사이에서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백신접종을 촉구했다. 사진은 지난 2월 펜실베이니아주 슈웬크스빌에서 한 임신부가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서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확산하는 가운데 백신을 맞지 않은 임신부가 코로나에 확진된 후 태아와 함께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뉴스위크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주 펜서콜라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 헤일리 리처드슨(32)은 지난달 말 임신 7개월째에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리처드슨은 기저질환자가 아니었지만, 감염 이후 증상이 급속도로 악화하며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3주 만에 사망했다.

그의 남편 조던 리처드슨은 “백신 접종이 태아에게 미칠 부작용을 걱정해 아내가 둘째 아이 임신 계획을 세운 뒤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전했다. 리처드슨의 가족과 친구들은 임신부의 백신 접종을 당부하며 그들과 똑같은 고통을 겪지 않기를 바란다고 지역 사회에 호소하고 있다.

리처드슨의 사례 외에도 최근 미국에서는 백신 접종이 태아에 미칠 영향을 걱정해 백신을 맞지 않은 임신부가 코로나로 숨지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텍사스주에선 코로나에 걸린 30대 임신부 페이지 루이스가 아이를 출산한 뒤 사망했다. 루이스는 출산을 1주일도 채 남겨놓지 않은 지난달 24일 양성 판정을 받았고 제왕절개를 통해 딸을 출산했으나 본인은 코로나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또 지난 20일 앨라배마주 버밍엄에 있는 UAB병원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임신부가 입원한 사례만 8월에 39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UAB병원에 따르면 이들 중 10명은 중환자실에 있으며 7명은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임신 20주 전에 화이자 또는 모더나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한 여성의 유산율은 정상 범위이고 백신을 맞았다고 유산 위험성이 더 커지는 것은 아니라며 임신부의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태아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는 임신부의 백신 접종률은 낮은 상황이다. CDC 집계 기준 백신을 맞은 미국 임신부는 전체의 23.8%에 그쳤다.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의 사브라 클라인 여성보건센터 소장은 임신부들은 “백신보다 코로나 변이를 더 두려워해야 한다”며 백신 접종을 거듭 촉구했다.

국민일보

미국의 이 같은 상황과 달리 한국에서 임신부는 아직 접종대상자가 아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순서에서 임신부는 소아·청소년과 함께 가장 마지막 순위인 ‘라’ 그룹으로 분류돼 있다. ‘라’ 그룹은 현재 접종 제외 대상이며 임상 결과에 따라 추가 접종 계획이 세워질 전망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지난달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소아·청소년과 임신부에 대해서는 국내 허가사항 변경, 국외 동향, 연구 결과,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해 4분기 접종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현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