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관계를 다른 사람에게 알렸다는 이유로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여성의 유족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가해자에 대한 구속수사와 신상공개 그리고 데이트폭력가중처벌법 신설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24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딸의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딸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어 억지로 글을 쓴다”며 “딸을 사망하게 만든 가해자는 딸의 남자친구”라고 말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가해자는 피해자의 집 통로와 엘리베이터를 오가며 머리와 배에 폭행, 머리를 벽으로 밀쳐 넘어뜨리고, 쓰러진 피해자 위에 올라타 무릎으로 짓누르고 머리에 주먹을 휘두르는 등의 폭력을 가했다.
피해자는 119가 도착했을 때 이미 심정지 상태로 뇌출혈이 심해 치료할 방법이 없었고 인공호흡기를 달았다가 3주 만에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원인은 “우리 가족은 세상이 무너지는 고통 속에서 버티고 있는데 가해자는 불구속 수사로 여전히 거리를 돌아다니며 아무 일 없는 듯 생활하고 있다”며 “병원은커녕 장례식에 와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또 “가해자는 운동을 즐기며 응급구조사 자격증이 있는 건장한 30살 청년이고 딸은 왜소한 체격”이라며 “가해자는 고의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데 자신의 힘이 연약한 여자를 해칠 수 있다는 걸 몰랐을까”라고 토로했다.
이어 “응급구조 노력을 하기는커녕 숨도 쉬지 않는 딸을 끌고 다녔다”며 “술에 취해 스스로 넘어졌다는 허위 신고를 한 이유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청원인은 “가해자는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 119에 허위 신고를 하고 쓰러진 딸을 일부러 방치해 골든타임을 놓치게 했다”며 살인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가해자가 말하는 폭행 사유는 ‘둘의 연인 관계를 다른 사람에게 알렸다’는 것이다. 이게 사람을 죽일 이유인가”라며 분노했다.
이어 “가해자는 유리한 대로 진술할 수 있지만 피해자인 제 딸은 이 세상 사람도 아니니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할 수가 없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봐 달라”고 호소했다.
청원인은 특히 “이번에 또다시 이대로 넘어간다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희생자가 생기고 억울하게 죽어갈 것”이라며 “여성을 무참히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자의 구속수사와 신상공개를 촉구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연인 관계에서 사회적 약자를 폭행하는 범죄에 대해 엄벌하는 데이트폭력가중처벌법 신설을 촉구했다.
해당 청원은 25일 오후 2시 현재 8만8000명이 동의한 상태다. 여러 커뮤니티에는 숨진 피해자의 친구가 이번 사건에 관심을 촉구하는 글도 퍼지고 있다. 이 네티즌은 “대기업 취업 성공해 정규직 첫 월급 받은 다음 날 남자친구에게 맞아 죽었다. 유가족과 친구들은 이 사건이 묻혀서 가해자가 가벼운 처벌을 받을까봐 무서워하고 있다. 제발 내 친구 좀 도와달라”고 썼다.
앞서 지난 20일 마포경찰서는 상해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체포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5일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와 언쟁을 벌이다 수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A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지난달 27일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 관계자는 “종합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건 증거물을 감정 의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윤정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