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와이주 주지사가 관광객들을 향해 하와이 여행을 자제해 달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의료시스템 등이 한계에 봉착하면서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데이비드 이게 하와이 주지사는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하고 사업상의 필수 방문을 제외하고 하와이로 관광 목적의 여행을 오지 말아 달라고 공개 요청했다.
이게 주지사는 “지금은 관광객들이 하와이를 방문할 때가 아니고 여행을 하기에도 위험한 시기”라며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는 데 동참해 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그는 “적어도 10월 말까지는 하와이 여행을 자제해 달라”면서 현재 하와이 식당 내 식사와 렌터카 관광 등이 제한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관광객들이 오더라도 평상시 같은 여행을 즐길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호놀룰루는 실내 모임은 10명 이내, 야외 행사 인원은 25명 이내로 제한하는 방역 지침에 들어갔다. 식당 수용 인원도 절반으로 축소했고 콘서트 등 대규모 행사 개최는 4주간 금지됐다.
관광 산업 비중이 큰 하와이주가 이 같은 호소에 나선 것은 최근 주내 코로나19 환자 급증세가 의료 시스템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 달했기 때문이다.
하와이주의 코로나19 급증세는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것이다. 하와이주 보건당국에 따르면 하와이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 중 93%가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파악됐다.
델타 변이 확산은 관광객 급증의 여파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백신 접종자에 대해 국내 여행 제한을 풀면서 하와이를 찾은 관광객은 지난 5월 62만9000명에서 6월 79만1000명으로 늘었다.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지난 1주일 평균 하와이주 신규 감염자는 700명을 기록해 7월 초와 비교해 10배 늘었으며 23일 기준 신규 환자는 900명에 근접했다.
환자가 늘면서 입원 환자도 400여명에 달했고 하와이주는 다른 주에서 500여명의 의료 지원 인력을 파견받았다. 오아후섬의 ‘퀸스 헬스 시스템’ 병원은 밀려드는 코로나 환자에 자체 비상사태를 선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게 주지사는 “최근 10주간 추이처럼 코로나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면” 비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주 정부 차원의 봉쇄령도 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