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사망한 서울대 청소노동자 이모씨가 근무했던 기숙사에서 사망 전 이씨가 과도한 중량의 쓰레기를 옮겼는지 현장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가 기숙사에서의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한 만큼 과도한 중량 운반으로 인한 업무 부담까지 확인될 경우 서울대 청소노동자들의 산업 재해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대는 최근 유족 측이 요청한 기숙사 현장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앞서 유족은 산재 신청을 위해 현장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장 조사는 오는 27일 이씨가 근무했던 기숙사 925동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서울대는 조사를 위해 해당 동 기숙사 거주 학생들의 동의를 구한 상태다. 유족 측 노무사와 기숙사 관리자 등이 참석하는 현장 조사는 1~2시간가량 진행될 예정이다.
현장 조사는 산재 신청 전 이씨의 과로 여부를 판단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해졌다. 쟁점은 이씨가 기숙사를 청소하는 과정에서 부담한 중량물이 1일 기준으로 250㎏을 넘겼는지 여부다. 이씨의 사망 원인은 심근경색 등 뇌심혈관계질환이었다. 고용부는 이 질환의 경우 근로자가 ‘업무부담 가중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되면 업무로 인한 질병 관련성이 증가한다고 보고 있다.
업무부담 가중요인에는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 등이 포함된다. 고용부는 구체적으로 ‘하루 동안 누적해서 들어 올리는 중량이 250㎏ 이상인 경우’를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로 규정해 업무부담 가중요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장 조사는 이씨가 하루에 운반한 쓰레기 중량이 어느 정도였는지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유족 측 노무사는 “925동 내부 화장실과 세탁실 사이의 거리를 확인해 고인이 쓰레기를 운반한 동선을 파악하고 청소 순서, 운반 횟수, 운반 방식까지 따져 이씨가 어느 정도의 중량물을 하루에 옮겼는지 포괄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고용부는 지난달 “이씨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라고 결론 내렸다. 유족 측은 이씨가 겪은 직장 내 괴롭힘이 고용부가 고시한 업무부담 가중요인 중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에 해당 된다고 보고 있다. 만약 이번 조사로 이씨가 250㎏ 이상의 쓰레기를 운반한 사실까지 확인된다면 이씨의 사망에는 육체와 정신적 고통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할 수 있어 산재 인정이 유리해진다.
이번 조사로 사망한 이씨 외에 동료 청소노동자들의 산재 신청도 가능해 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족 측 노무사는 “이번 케이스가 산재로 인정된다면, 앞으로 청소노동자로 근무하는 분들의 산재 범위를 넓히는 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씨의 남편 이모씨는 “이번 조사가 산재 인정으로 이어져 고인의 명예가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