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상 차량’ 입장차 여전… ‘공원형아파트 협의체’ 답보

입력 2021-08-24 16:51
택배 기사들과 전국택배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 4월 14일 ‘택배 대란’이 빚어진 서울 강동구 한 아파트 출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 뒤로 단지 내 개별 배송이 중단된 택배 상자 800여개가 쌓여 있다. 이한결 기자

코로나19 4차 대유행 상황 탓에 한 달 가까이 중단됐던 ‘공원형 아파트 택배갈등 해결을 위한 사회적 협의체’(이하 협의체)가 지난 20일 열렸지만 택배 노사의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양측은 저상차량 업계 퇴출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협의체에서 택배 노사를 중재하는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저상차량 문제 관련 택배노조와 택배사 측의 입장차가 커서 협의체 결론 도출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저상차량을 이용하는 택배기사가 일반차량 택배기사에 비해 근골격계 질환 노출 위험성이 14% 높다는 고용노동부 연구용역 조사 결과가 나왔음에도 택배사들이 미온적 태도를 보인다는 입장이다. 택배사들은 저상차량 사용 중단을 강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저상차량은 공원형 아파트 택배 갈등 문제에서 핵심 쟁점이다. 다수의 공원형 아파트 단지들은 시설 훼손, 입주민 안전 등을 이유로 택배차량의 지상 출입을 막고 지하주차장으로만 운행하길 요구하고 있는데 이 경우 택배차량의 저상차량 개조가 필수적이다. 공원형 아파트 대부분이 지하주차장 진입제한 높이가 일반 택배차량 차체보다 낮기 때문이다. 노조는 차 높이가 1.27m 정도로 낮은 저상차량에서 물품을 싣고 내리기 위해서는 허리와 목을 과도하게 굽힌 채 일해야 해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한다며 저상차량 업계 퇴출을 주장해왔다.

협의체 참여자들은 공원형 아파트 입주민 측과의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지는 단지에서는 택배차량의 지상 출입을 허용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입주민들과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저상차량을 사용해야 하는 곳이다. 노조는 이 경우 일반 차량으로는 아파트 단지로 진입하지 못하는 만큼 실버택배 등 제3자 배송 시스템 구축해 입주민과 택배 기사들이 그 비용을 분담하자는 입장이다. 아파트 외부 거점 장소에서 제3자 배달원이 택배물품을 대신 건네받아 입주자들에게 직접 배달하는 방식이다. 택배사는 소비자들에게 추가 비용을 전가할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협의체 내부에서는 고용노동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저상차량 위해 조사 결과만 내놓고 관련해서 어떠한 추가 권고도 내놓지 않는 점이 협의체 논의를 답보 상태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상차량 사용 중단 등 고용노동부 차원의 명확한 권고가 나와야 택배차량 제한적 지상출입 허용이나 3자 배송 시스템 같은 대안들을 논의할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택배사 측도 고용노동부 측 정리가 있어야 이를 바탕으로 아파트 입주민 단체와 새 논의를 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