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사들이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존재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현재 친환경 선박으로 꼽히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및 추진선뿐 아니라 차세대 친환경 선박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모습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24일 세계 1위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함께 차세대 친환경 선박인 메탄올 추진 선박 건조에 나선다고 밝혔다. 머스크가 발주한 선박은 1만6000TEU급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8척으로, 총 수주 금액만 1조6474억원에 달한다. 대형 선박에 메탄올 연료 추진엔진이 탑재되는 건 이번이 세계 최초다. 선박은 2024년까지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메탄올은 기존 선박유에 비해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온실가스 등 오염물질 배출을 대폭 줄일 수 있어 탄소중립 시대의 친환경 연료로 각광받고 있다. 메탄올은 바다에 배출하더라도 물에 빠르게 녹아 해양 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 머스크는 이번 메탄올 추진 선박 발주로 기존에 운영하던 노후 컨테이너선을 일부 대체해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을 100만t가량 저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2월 기존 계획보다 7년 앞당긴 2023년까지 2000TEU급 운반선을 노선에 투입키로 하며 LNG 대신 메탄올, 암모니아 추진선 도입을 공식화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환경규제를 점차 강화하고 있는 데 따른 변화다. IMO는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2025년엔 최소 30% 이상, 2050년엔 70%까지 감축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에 글로벌 해운사들은 친환경 선박 발주량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메탄올 추진 선박 건조 경험이 있는 한국조선해양이 주목을 받았다. 지난 6월 2100TEU급 메탄올 추진 소형 컨테이너선을 한국조선해양에 발주한 머스크는 이번 발주를 통해 메탄올 추진 선대 확장을 본격화했다. 한국조선해양은 현재까지 25척의 메탄올 추진 선박을 수주했다.
한편 기존 친환경 선박인 LNG 운반선 및 추진선에서도 한국 조선사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3일 오세아니아 지역 선사로부터 LNG운반선 2척을 수주하며 올해 수주 물량의 43%를 친환경 선박으로 채웠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 2일 현대LNG해운으로부터 천연가스 추진엔진(ME-GI)과 재액화설비가 탑재된 LNG운반선 1척을 수주했다. ME-GI 엔진을 장착한 LNG운반선은 메탄배기가스의 대기 방출이 적은 친환경 선박으로, 대우조선해양은 총 57척의 ME-GI 엔진 LNG운반선을 수주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