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장쑤성 난징발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을 35일 만에 통제했다고 중국 관영 매체가 24일 보도했다. 중국의 방역 전문가들은 지역 봉쇄와 책임자 처벌로 신규 감염을 틀어막는 중국식 방역 정책이 전염성 강한 델타 변이를 잡는 데도 유효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3일 하루 동안 본토에서 지역사회 감염자가 1명 보고됐다고 밝혔다. 중국에선 지난달 20일 난징 공항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시작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해 한때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명 넘게 나왔다. 중국 31개 성·자치구·직할시 가운데 절반가량에서 확진자가 나올 만큼 광범위하게 퍼졌다.이는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처음 퍼진 후베이성 우한이 전면 봉쇄된 이래 확산 폭이 가장 컸던 사례로 평가된다. 그러다 지난 22일 지역사회 감염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으면서 확산을 막는 데 성공했다고 중국 당국은 평가하고 있다.
베이징대 제1병원의 호흡기 전문가 왕광파는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전염성이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수십 곳을 휩쓸었는데도 중국은 접촉자를 추적하고 봉쇄하는 데 있어 보다 정확하게 대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감염원을 통제하고 감염 통로를 차단하는 것이 중국 내 전염병 확산을 막는 두 가지 방법”이라며 “관련된 사람들이 매일 건강 모니터링을 하지 않으면 언제든 새로운 불똥이 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선 방역에 실패한 지역 공무원들에 대한 처벌이 줄줄이 이어졌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이번 재확산 사태로 중국 전역에서 최소 70명의 공무원들이 해임, 직위 해제 등의 징계를 받았다.
중국 공산당 사정·감찰 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도 최근 홈페이지에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부서와 간부들이 해이해지고 있다”며 “코로나19 방역과 통제에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문책하겠다”고 경고했다. 중국질병통제예방센터의 고위 당국자는 “광대한 영토와 거대한 인구, 지역마다 다른 전염병 관리로는 일정한 방역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며 “정부 관리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전염병 예방과 통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전염성이 강한 델타 변이는 코로나 완전 종식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있다. 영국을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 등이 코로나와 함께 사는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전환했거나 전환을 검토하는 이유다. 그러나 중국은 신규 확진자 발생을 막는 제로 감염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코로나와의 공존을 주장한 전문가들이 있었지만 비난 여론에 곧 말을 바꿨다. 장원훙 푸단대 부속 화산병원 감염내과 주임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이제 코로나와 공존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가 사방에서 뭇매를 맞고 “중국이 취하는 방역 정책은 현재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전략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위생경제학회 총고문인 가오창 전 중국 위생부장(장관)은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바이러스와의 공존 절대 불가”라는 기고문을 싣기도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일부 국가와 공중 보건 전문가들은 여전히 코로나 제로 전략을 달성 가능하고 바람직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코로나에 대한 무관용 접근 방식을 고수하겠다고 밝혔으며 바이러스와 공존해야 한다는 주장에 강력하게 반발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가 재확산했던 중국의 도시들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의 2개 지역은 이날부터 통제가 해제됐다. 재확산 진원지였던 난징을 떠날 때 코로나19 핵산 검사 음성 확인서를 제시하지 않아도 되고 저위험 지역에서 난징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은 녹색 건강 QR코드만 제시하면 된다. 쓰촨성은 도시간 여행을 재개했고 우한의 교통 운영도 재개됐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