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진성씨가 “연인관계였다”고 주장해 피해를 입은 후배 시인 A씨가 박씨를 상대로 낸 민사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박씨의 주장이 허위사실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나오자 A씨는 “법정에서 2년 넘게 다투고 나서야 불명예스러운 루머를 벗어날 단초를 얻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A씨의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는 24일 입장문을 내고 “박진성 시인으로부터 4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온라인상에서 연인관계라는 주장을 들어왔다”며 “경찰과 검찰에도 호소했지만 도리어 ‘안 사귄 것을 입증하라’는 불가능한 입증 요구를 받으며 계속 피해에 노출돼야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런 측면에서 재판부에서 긴 시간 증거를 면밀히 검토해 판결을 내려준 것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28부(부장판사 윤도근)는 A씨가 박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박씨가 A씨와 A씨의 배우자에게 각각 800만원과 2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박씨가 A씨를 상대로 낸 반소도 기각했다.
A씨는 지난 2016년 ‘문예중앙’ 겨울호에 문단 내 성폭력을 다룬 산문을 올렸는데, 이후 박씨는 트위터 등에 해당 글 속 인물이 자신이며 두 사람은 연인관계였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했다. 구체적으로는 “내가 일방적으로 스토킹한 것으로 조작해놓은 글”이라거나 “왜 멀쩡하게 연애해놓고 사람을 스토커로 만드느냐”는 등의 내용이었다. A씨는 박씨와 연인관계인 적이 없었다며 박씨의 허위사실 적시로 명예가 훼손됐다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와 연인관계였다는 박씨의 주장이 허위사실에 해당된다고 봤다. A씨, 박씨와 함께 학교생활을 했던 증인들의 증언을 종합해봤을 때 박씨가 일방적으로 호감을 가지고 있었을 뿐 사귀는 관계는 아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증언과 증거들을 종합해 볼 때 박씨가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봄이 옳다”고 판시했다.
이 변호사는 “디지털 환경의 명예훼손은 그 피해가 막심하고 폭력을 치정으로 해석하는 태도는 피해자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남긴다”며 “위법성과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인정한 이번 판단과 근거들이 유사한 피해사건들에 영향을 미치고 경종을 울려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