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 장악 사태로 인해 당장 다음 달부터 심각한 식량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세계식량계획(WFP)은 다음 달부터 아프간에 식량이 바닥나기 시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앤드루 패터슨 WFP 아프간 지부 부소장은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많은 도로가 눈으로 뒤덮일 것이기에 식량을 창고에 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현재 아프간에 2만t의 식량을 보유중이고 7000t을 수송 중인데 아프간인들에게 12월 말까지 식량을 공급하려면 추가로 5만4000t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아프간은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인 1850만여명이 구호 식량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올해 아프간은 가뭄으로 인한 심각한 피해를 겪었다. WFP에 따르면 아프간에서는 가뭄으로 인해 농작물의 약 40%가 유실됐다.
그러나 구호 물품 조달은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수술 장비와 소아 폐렴 치료제, 영양실조 지원품 등 500t 이상의 의료구호품이 이번 주 아프간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카불공항의 제한으로 고착 상태에 빠졌다”고 밝혔다. 카불공항이 민항기 운항을 중단한 데 따른 것이다.
리처드 브레넌 WHO 비상대책국장은 “미국은 6개 민간 항공사를 고용해 아프간 난민을 이송하고 있지만, 작전 제약과 안보 문제를 이유로 구호품을 실을 수 없다고 한다”며 “항공기를 대피용으로만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금 세계 이목은 피난민 탈출과 비행기가 아프간에서 떠나는 데 쏠리고 있지만, 뒤에 남겨질 사람들을 돕기 위한 보급품을 수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프간에 식량 위기가 가속화되면서 암울한 미래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는 아프간 전역에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아동이 1000만명에 이르며 이중 100만명은 심각한 영양실조로 인해 치료하지 않을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성명을 내놨다.
국제적십자사의 그레고리 매슈스는 아프간인들이 현재 ‘3중 위협’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아프간에 남은 사람들은 정치 상황의 불확실성, 55만명의 피란민들, 식량 불안정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며 “아프간 정부는 이미 지난 7월 심각한 가뭄으로 인한 위기를 선언했다. 현재는 식량 위기 수준이 이례적으로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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