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할례는 박해” 시에라리온 여성 난민 인정

입력 2021-08-24 10:41 수정 2021-08-24 11:08

여성 할례(Female genital mutilation)를 피해 입국한 외국인에게 난민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여성 할례는 의료 목적이 아닌 종교·문화적 이유로 생식기 일부 또는 전체를 제거하는 행위를 뜻한다.

광주고법 행정1부(수석부장판사 최인규)는 시에라리온 국적 A씨(38)가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24일 밝혔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입증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고 본국 사법기관에 보호 요청을 하거나 다른 지역에 이주해 정착할 수 있어 인종·종교·국적·특정 사회집단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받는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송환될 경우 의사에 반해 할례를 당할 위험과 박해 위험에 대한 공포가 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A씨는 입국 23일 만에 난민 신청을 했고 이전에 대한민국에 입국한 경력이 없어 다른 입국 동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해당 국가에서 여성 할례는 공동체의 압력으로 강력하게 시행되는 사회적 규범 전통으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더라도 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비록 해당국이 2015년 여성 할례 종식을 촉구하는 마푸토 의정서에 비준했지만 여성 할례는 계속되고 있고 금지 법률도 제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가톨릭계 학교에 다니다가 2009년 기독교로 개종했고 다른 가족들은 모두 이슬람교도였다.

A씨 어머니는 지역에서 전통 종교단체인 본도 소사이어티(Bondo Society)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직위 승계를 위해 A씨에게 할례를 강요했다.

A씨는 이를 거부했다가 2019년 4월 단체사람들에게 수차례 폭행당했고 경찰에 신고했으나 보호를 받지 못했다.

이후 어머니와 종교단체 사람들의 살해 협박을 피해 2019년 9월 임신한 상태로 한국에 들어와 광주지법에 난민신청을 했다.

한편 대법원은 2017년 송환될 경우 여성 할례를 받을 것으로 우려되는 라이베리아 국적의 10대 여성의 난민 자격을 인정한 바 있다. 이는 여성 할례를 박해로 인정한 대법원 최초 판결이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