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철수는 촉박”…바이든 압박하는 G7 정상들

입력 2021-08-24 07:08 수정 2021-08-24 09:54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철군 시한 연장을 압박할 계획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들 국가는 이달 31일로 정한 미국 측 철수 기한은 자국민과 조력 아프간인 대피에 촉박하다는 입장도 잇달아 밝혔다.

탈레반 측은 그러나 시한 연장 불가 입장을 밝힌 상태여서 철군 과정의 또 다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CNN은 23일(현지시간) “G7 동맹 정상들이 24일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군 철수 시한을 연장하도록 압박할 계획이라고 이 문제에 정통한 관리들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알자지라도 “존슨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 측이 정한 시한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 주요국은 철수 시한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이미 공식 피력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미국이 정해 놓은 8월 31일 철수 시한까지는 자국민과 프랑스에 협력한 아프간인을 대피시키기 힘들다”며 “철수 작전을 마무리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동맹국은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도 지난주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서방은 보호가 필요하고 가치를 공유하는 아프간인에 대해 ‘도덕적 책임’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독일도 구출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31일 이후에도 카불 공항을 통한 대피가 이뤄질 수 있도록 나토(NATO·북대서양조양기구) 회원국 및 탈레반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독일 정부는 보호가 필요한 이들을 31일 이후에도 아프간에서 대피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로를 통해 노력 중”이라며 “탈레반과 대화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스 장관은 “미국이 정한 마감 시한 이후에도 철수는 계속돼야 한다. G7 정상회의에서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이날까지 자국민 100여 명과 협력 아프간인 1000여 명을 파리로 데려왔다. 독일은 3000여 명을 대피시킨 것으로 집계됐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그러나 이날 영국 스카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31일 모든 군대를 철수시킬 것이라고 발표했고, 이는 ‘레드라인’”이라며 “미국과 영국군이 시한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 희망은 (철수 기한을) 연장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만,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한 발언을 반박한 것이다.

미 국방부는 “탈레반 성명을 알고 있으며 현재는 기한을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존 커비 대변인은 기자 브리핑에서 “그것(31일 철군 완료)이 우리에게 할당된 임무이며, 우리가 실행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정 연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경우 적절한 시간에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애덤 시프 미 하원 정보위원장은 이날 정보당국 보고를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대피가 필요한 미국인 숫자를 생각할 때 (기한을 맞출)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내 압박도 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참전용사들이 백악관에 ‘미국 시민과 아프간 동맹을 위해 안전한 탈출구를 제공하겠다는 결의를 포기하지 말라’고 압력을 가했다”며 “군인과 참전용사 단체 수십 곳이 회담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한편 G7 정상회담에서는 탈레반 추가 제재 문제, 난민 수용 문제 등도 논의 대상에 오른다. 로이터통신은 “G7 정상들이 탈레반을 공식 정부로 인정할지, 추가 제재를 단행할지에 대해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존슨 총리는 최근 “탈레반이 인권침해를 저지르고 아프간을 테러리스트 피난처로 허용할 경우 추가 경제 제재를 추진하고 인도적 지원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전날 “탈레반은 이미 캐나다 법에 따라 테러 단체로 지정돼 있다. 존슨 총리 계획을 지지한다”며 “회의가 열리면 우리가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 논의하겠다. 다른 G7 국가들이 탈레반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고려하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