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학교수회(회장 정영환 고려대 교수)가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법의 기본 목적에 반한다”며 “신중하게 개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법학교수회는 23일 입장문을 내고 “언론중재법은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는데 주된 목적이 있는 법률”이라며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서 언론사의 책임을 매우 강화하는 신설 규정들은 언론중재법이 아닌 소송 절차에서 충분한 논의와 판례 등을 통해 형성해 나갈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법학교수회는 로스쿨과 법학과 교수들로 구성된 단체다.
한국법학교수회는 개정안에 담긴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고의·중과실 추정 규정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언론 관련 분쟁은 이미 발생한 사건을 촉박한 시간 내 보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보도의 허위·조작 여부가 최종적으로 밝혀지는 데 재판의 확정 등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허위 보도에 따른 손해배상은 현행법상의 전보배상(실제 발생한 피해액을 계산해 보상하는 방식) 법리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한국법학교수회는 고의·중과실 추정 규정에 대해 “통상 환경소송·의료소송·약해소송 등 현대형 소송에서 과실과 인과관계의 증명이 곤란한 경우 손해배상을 인정하기 위한 장치”라며 “언론 관련 허위·조작보도의 경우 증명책임과 관련해 그렇게 할 필요성이 없고, 나아가 과실의 추정을 넘어 고의·중과실을 추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입법 과정이 빠르게 추진됐다고도 비판했다. 한국법학교수회는 “대형 언론사를 제외한 중소형 언론사 대부분이 문을 닫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 언론의 자유는 그림자도 찾기 어렵게 될 상황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며 “언론의 독점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은 공론의 장에서도 시간을 두고 보다 심도 있게 토론한 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