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측 “공모냐 아니냐”에 檢 “공수처 보낸 이유 모르나”

입력 2021-08-23 18:23
지난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당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고검장 측이 첫 재판에서 “다른 관련자들과 공모한 범행으로 보는 것인지 여부가 불명확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당연히 공범 여부에 대한 답이 있다”며 관련자들의 사건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첩된 점을 언급했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김선일)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고검장 측은 검찰이 공소사실 요지를 진술할 때부터 민감하게 반응했다. 언론에 비치는 사건 첫 인상이 수사 내용 위주로만 구성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재판부는 검찰이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되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변호인이 지적하는 식으로 재판을 진행했다.

공소사실 설명이 끝나자 이 고검장 측은 공소장에 적시된 범행이 단독범행인지 공모범행인지 뚜렷하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고검장은 2019년 6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의 수사에 외압을 가한 의혹을 받고 있는데, 해당 공소장에는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과 이현철 전 안양지청장, 배용원 전 안양지청 차장검사 등의 이름도 함께 명시됐다. 변호인은 “방어권을 행사하는 입장에서는 단독범과 공범관계 중 어떤 것을 전제로 해야 하는지 문제”라며 “이 사건을 기소한 검찰이 답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검찰은 “당연히 답이 있지만 공소제기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 공범 여부를 말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이 고검장을 기소한 수원지검 수사팀은 지난달 검찰 인사로 전국에 흩어진 상태다. 검찰은 윤 전 국장과 이 전 지청장, 배 전 차장검사 사건이 공수처로 이첩된 점도 언급했다. “공수처에 갔다는 건 범죄 혐의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보낸 이유가 있지 않겠나”라며 검찰 입장을 암시했다.

이 고검장 측은 “공소사실이 불명확하고 공소장이 길게 작성된 자신감 없는 공소장”이라며 빠른 재판을 요구했다. 검찰도 “우려되는 건 공범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이유로 재판이 지연되는 것”이라며 신속한 진행에 동의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6일 두 번째 준비기일에 이 고검장 측의 입장을 들을 계획이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