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재원인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이 연말까지 3조2000억원 적자로 예상되자 고용노동부가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서 7조9000억원을 빌려 적립금에 채워 넣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또 다음 달 초까지 고용보험료율 인상 등을 검토한 후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성호 고용부 고용서비스정책관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 연말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4조7000억원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겉보기엔 안정적인 수준이지만 실제 재정 상황은 최악이다. 고용부는 올해 고용보험기금이 3조2000억원 적자가 날 것으로 보고 공자기금에서 7조9000억원을 빌리기로 했다. 연말까지 적립금을 4조7000억원으로 만든다는 것도 이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바닥난 실업급여 재원을 나랏빚으로 충당하려는 의도인데 연 이자만 1500억원에 달한다.
고용부는 2019년 10월 고용보험료율을 1.3%에서 1.6%로 인상한 바 있다. 또 실업급여 보장성 강화 차원에서 기존 3~8개월이던 지급 기간을 4~9개월로 늘리고 지급액도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상향했다. 결과적으로 이런 조치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고용보험기금 재정 악화를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 일각에선 ‘선심성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 정책관은 “0.3% 보험료율 인상 효과가 재정 안정에 기여할 시간도 없이 코로나19가 확산했다”며 “재정 악화를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재정 당국이 2022년도 예산안을 발표한 직후인 다음 달 초쯤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여기에는 ‘고용보험료율 인상’도 대안으로 포함돼 있다. 김 정책관은 “유사·중복사업을 통폐합하고 기금 목적에 들어맞지 않는 사업을 다른 회계로 이관하겠다”며 “고용보험료율 인상도 하나의 옵션으로 논의하고 있지만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실업급여 지급액은 12조2000억원으로 2018년과 2019년보다 각각 82%, 45% 늘었다. 올 상반기에는 6조5000원이 지급됐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