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내분 사과했지만…유승민, 윤석열 때리고 ‘집안싸움’ 계속

입력 2021-08-23 17:24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3일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불거진 당내 분란에 대해 사과했다. 동시에 정홍원 전 국무총리를 당 선거관리위원장에 선임했다. ‘경선버스’의 순탄한 출발을 위해 내홍 수습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대선 후보들 간 신경전은 더욱 첨예화되고 있다. 유력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나머지 후보들 간 전선이 그어지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까지 경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분란과 다소간의 오해가 발생했던 지점에 대해 진심을 담아 국민과 당원께 사과 말씀을 올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이제 선관위가 출범하는 이상 이견보다는 정권교체를 향해 모두 결집하면 좋겠다”고 했다.

최고위는 이날 대선 경선을 총괄하는 당 선관위원장에 정 전 총리를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 대표는 애초 경선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던 서병수 의원을 선관위원장에 임명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윤 전 총장 캠프 등에서 반발 기류가 흐르자 박근혜정부 초대 총리를 지낸 정 전 총리 카드로 선회했다.

대표는 “정 전 총리에게 공정한 경선 관리와 흥행을 위한 전권을 부여할 것”이라고 했다. 당 선관위는 26일 출범할 예정이며, 이달 30~31일 대선 후보 등록을 받는다.

유승민 전 의원이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당대표를 겨냥한 윤석열 캠프 인사들의 발언에 대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대표가 갈등 봉합에 나선 모양새지만, 대선 주자들 사이에선 파열음이 나왔다. 본격 경쟁을 앞둔 기선제압 싸움이라는 해석도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 전 총장을 작심 비판했다. 그는 “윤석열 캠프의 핵심 인사들, 윤 후보와 가까운 인사들은 도대체 무엇을 노리고 도발을 하는 건가”라고 따졌다.

윤 전 총장 측 인사들 입에서 나온 ‘당대표 탄핵’ ‘이준석 대표 사퇴’ 발언과 ‘비상대책위원회 추진’ 보도 등을 문제 삼으며 윤 전 총장의 직접 사과를 요구했다. 유 전 의원은 “이런 일이 후보의 승인·묵인 없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윤 후보는 정권교체를 하러 우리 당에 온 건가, 아니면 당권교체를 하러 온 건가”라고 날을 세웠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캠프도 논평에서 “윤석열 캠프가 당과 당대표를 흔드는 것을 모두가 보고 있는데 누구를 속이려 드는가”라며 “(윤 후보는) 본인의 캠프부터 다잡기 바란다”고 가세했다.

이에 윤 전 총장 캠프는 “터무니없는 가짜뉴스, 황당무계한 허위보도를 근거로 한 정치 공세에는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맞받아쳤다. 다만 윤 전 총장 지지자 단체의 이 대표 사퇴 촉구 집회에 대해 자제를 요청하는 등 확전은 피하려는 분위기다.

이 와중에 대선 후보 홍준표 의원과 김재원 최고위원 간 충돌도 빚어졌다. 김 의원이 유튜브 방송에 나가 홍 의원을 두고 “당선 가능성이 별로인 것 같다” “(윤 전 총장을 이기면) 큰일 난다” 등의 언급을 한 게 발단이 됐다. 홍 의원은 김 최고위원을 향해 “이제 그만 정계에서 사라졌으면 한다”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최고위원은 서둘러 홍 의원 측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

지호일 강보현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