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니 오늘까지만 대출이 된다 해서 왔어요.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일단 대출 접수는 해놓고 보려구요”
NH농협은행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잡기 위해 24일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키로 하자 하루 앞둔 23일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영업부에는 평소보다 대출 고객이 배 이상 몰렸다. 만기 연장이 가능한지 문의하는 고객부터 당장 필요하지는 않지만 혹시 몰라 대출 접수라도 해놓으려는 고객들까지 몰려 혼잡한 모습이었다.
이날 농협은행에서 만난 30대 남성 이모씨는 “내일부터 주담대가 막힌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면서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안내문을 보니 재약정도 중단 대상이라고 해서 알아보러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를 포함해 이날 대출 창구를 찾은 고객 대부분은 30~40대 직장인이었다.
농협은행 측은 대출 규제 소식이 알려지기 전과 비교해 대출 실행자 숫자는 비슷하지만, 이씨같이 대출 문의를 하러 온 고객이 늘었다고 전했다. 이들을 합치면 평소 내방객의 배는 된다는 설명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오늘 대출 문제로 방문한 고객 중 절반은 대출 규제 소식을 뉴스에서 보고 온 사람들”이라며 “지난주 금요일부터 이런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대출 관련 유선 문의도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적으로 은행권 대출 문의는 콜센터에서 받아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대출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지점에 직접 전화를 걸어 설명을 들으려는 고객들이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창구를 찾은 대출 고객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이씨처럼 현재 실행 중인 대출의 만기 연장도 제한되는지 묻는 고객과, 신규 대출이 가능한지 여부를 상담하려는 고객이었다. 만기 연장의 경우 농협은행 대출 제한이 알려지는 과정에서 ‘재약정도 중단된다’는 문구가 보도됐는데, 이를 ‘만기 연장이 안 된다’고 오해한 고객들이었다. 재약정은 기존 계약을 종료하고 조건을 바꿔 다시 대출을 시행하는 것인 만큼 만기 연장과는 관련이 없다.
신규 주담대 고객 사이에서는 일단 접수부터 해놓고 보려는 ‘패닉 대출’ 조짐이 보이기도 했다. 박모(39)씨는 “어차피 약정 단계까지 가지 않고 접수만 해놓으면 언제든 취소할 수 있지 않으냐”며 “내일부터는 대출이 막힌다고 하니 우선 접수라도 해놓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출을 받기 위해선 신용평가조회, 서류 제출 등 절차가 상당히 까다롭다. 하지만 주거래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못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복잡한 절차에도 접수부터 해놓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은행권은 갑작스러운 대출 증가에 대비해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농협은행이 분담하고 있던 주담대 수요가 다른 시중은행으로 몰리는 ‘풍선 효과’에 대한 우려다. 이날 농협은행을 제외한 4대 시중은행(KB국민·하나·우리·신한) 영업점에서는 대출 관련 문의가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쇄 대출절벽’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자 금융위는 “대다수 금융회사는 가계대출 자체 취급 목표치까지 여유가 많이 남아 있다”면서 추가 대출 중단 사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과 달리 농협은 비수도권에 70%에 가까운 지점이 위치해있다”면서 “이 말은 상대적으로 투자 목적이 아닌 실수요 대출이 많다는 얘기다. 투자 수요를 다른 은행에서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