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제보를 이유로 해임됐다가 복직한 교사를 창고에 대기하도록 한 행위는 인격권을 침해한 행위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해당 학교법인 이사장에게 교장과 행정실장에 대해 주의 조치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울 것을 23일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광주 명진고등학교의 교사 손모씨는 2017년 교사 채용 과정에서 학교법인의 전(前) 이사장으로부터 채용을 대가로 금품을 요구받았다는 사실을 수사기관에 진술했다. 이후 학교 측은 손씨가 금품을 제공하려다 미수에 그쳤다며 손씨를 고발했고, 학교는 이 고발 등을 이유로 손씨를 해임 처분했다. 손씨를 향한 일종의 보복성 조치였던 셈이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해임 처분을 한 학교 측의 조치가 과도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문제가 됐던 전 이사장은 채용과정에서 금품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해임 처분 취소 결정을 받아 낸 손씨가 지난해 12월 복직 첫날 출근하자 학교는 손씨를 교무실이 아닌 통합지원실 옆의 창고로 안내했다. 손씨는 교육용 자재가 쌓여있는 창고 안에 배치된 학생용 책상에 앉아 퇴근 전까지 5시간 이상을 대기했다. 인권위 조사에서 학교 측은 “피해자가 갑자기 출근해 근무 장소를 마련할 시간이 없었고 교무실에 빈자리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복직한 교사에게 대기 공간으로 제공할 만한 적절한 공간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용 책걸상에 앉아 대기하는 모습이 학생과 동료 교사들에게 노출돼 교사로서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학교가 모멸감을 느끼게 한 이유는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전 이사장에 대해 불리한 진술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