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CCTV 설치법, 심각한 인권 침해” 헌법소원 예고

입력 2021-08-23 15:42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한 의료법 일부개정안들을 가결하고 있다. 연합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긴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헌법소원 등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의협은 23일 입장문을 내고 “이 법안은 전문가 집단의 자율적 발전과 개선 의지를 부정하고 정치 권력이 직접적으로 사회 각 전문영역을 정화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왜곡된 인식의 결과에 불과하며, 궁극적으로 의료가 지향해야 할 환자 안전에 대한 가치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의협은 그러면서 “이 법안의 시행을 통해 강제된 감시 환경하에서 신의성실을 다하는 최선의 의료가 위협받을 수 있음을 우려한다”며 “의사들을 모두 감시하에 놓아두고 그들의 행위 하나하나를 판단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이 제도는, 의료 환경에서 환자의 생사를 다투는 위태로운 상황을 가급적 기피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다 확산시킬 것이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법안을 추진하는 주체들은 정보 유출을 통한 개인권 침해, 감시 환경하에서의 의료 노동자에 대한 인권 침해, 환자-의사의 불신 조장 등의 민주 사회의 중요한 가치들에 대한 훼손 가능성을 부정함으로써 이 법안에 잠재하는 심각한 위험을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또 “의료계의 충정 어린 고언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된다면, 우리 협회는 개인의 기본권을 심각히 침해하는 현 법안의 위헌성을 분명히 밝히고 헌법소원을 포함, 법안 실행을 단호히 저지하기 위한 모든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료법 개정안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문턱을 넘었다.

개정안은 수술실 안에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지 않은 CCTV를 설치·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시행까지는 법안 공포 후 2년의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

촬영은 환자 요청이 있을 때 녹음 없이 하고, 열람은 수사·재판 관련 공공기관 요청이나 환자와 의료인 쌍방 동의가 있을 때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담겼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