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4월 전북 전주동물원에 큰 경사가 있었다. 넓은 새 보금자리를 얻은 늑대 부부에게서 5마리의 새끼가 한꺼번에 태어난 것이다. 늑대의 출생은 1978년 전주동물원 개원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3년 전 서식 공간을 예전보다 50배쯤 넓히고 나무와 바위, 늑대굴 등 야생과 유사한 환경을 조성한 이후 번식 활동이 활발히 이뤄진 결과로 분석된다. 이들 늑대 남매는 백일 뒤부터 일반인에 공개돼 시민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한때 ‘전국에서 가장 슬픈 동물원’으로 꼽혀 왔던 전북 전주동물원이 생태와 자연이 살아 숨 쉬는 ‘행복한 동물원’으로 변신하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전주시는 2014년부터 추진 중인 ‘전주생태동물원 조성사업’이 8년 차를 맞아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라고 23일 밝혔다.
이 사업은 내년 상반기 코끼리사와 초원의 숲 준공을 끝으로 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게 된다.
전주동물원은 한때 경기 이남에서 가장 큰 규모(12만6000㎡)를 자랑하고 연간 91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등 인기를 모았지만 낙후된 시설과 동물 복지가 고려되지 않은 서식환경 등으로 ‘슬픈 동물원’이란 오명을 들어왔다. 이에 전주시는 400억 원을 들여 콘크리트 구조물을 철거하고 야생성을 살리는 시설로 탈바꿈시켜 왔다.
전주시는 첫해 혹고니 등 11종 41마리가 살고 있는 물새장과 사자·호랑이사 환경개선 공사로 첫삽을 떴다.
이후 2017년 늑대사를 가장 많이 변신시켰다. 시멘트 바닥과 철창을 차례로 뜯어내고 넓어진 터엔 흙 둔덕을 쌓아 올리고 나무를 심었다. 환경이 야생에 가깝게 바뀌자 늑대들의 털에 윤기가 흐르고 전에는 하지 않던 ‘아우∼’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018년에는 비좁고 단순한 케이지에서 갇혀 있던 곰들에게 예전보다 9배 쯤 넓은 새 집을 지어 주었다.
지난 해 4월엔 호랑이사와 원숭이사 신축 공사가 마무리됐다. 맹수의 숲(스라소니사)과 미어캣사 리모델링 공사도 완료됐다. 2015년 동물병원도 신축했다.
현재 코끼리사와 초원의 숲 조성 공사 설계 용역을 끝내고 하반기 착공을 앞두고 있다.
이와 별도로 전주시는 천연기념물 보존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재청과 관련 협약을 체결한 시는 4000여㎡의 부지에 대형방사장 2개소, 소형방사장 3개소, 적응훈련장 등을 포함한 보존관을 2023년까지 짓기로 하고 설계용역에 들어갈 예정이다.
민선식 전주시 복지환경국장은 “생태동물원 조성사업의 지향점이 단순히 동물사 개선이나 환경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동물복지의 구현하고, 나아가 생명의 가치에 대한 존중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자연생태 보존의 가치 실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