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마저 반도체에 무너졌다…세계 車 700만대 감산 전망도

입력 2021-08-23 15:27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비교적 안정적인 생산을 이어간 일본 완성차 업체 도요타도 다음 달 40% 감산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놓았다. 부품 공장이 밀집한 동남아 지역에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조업을 멈추는 공장이 늘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말까지 전 세계 완성차 누적 감산 대수만 최대 710만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도요타는 다음 달 전체 완성차 생산량을 40%가량 줄일 예정이라고 최근 밝혔다. 기존 계획이던 90만대에서 36만대를 감산하겠다는 의미다. 도요타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반도체 수급난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몇 안되는 업체였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도 반도체 재고 비축량을 기존 1개월분에서 4개월분까지 늘려 각종 자연 재해에 대비해왔기 때문이다. 결국 도요타도 반도체 부족 사태 장기화를 버티지 못하고 재고를 거의 소진한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현재 도요타는 일본 현지 공장의 27개 완성차 생산라인을 부분 가동하거나 멈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에서 유행하는 코로나19 델타 변이 여파로 일반 부품 공급망까지 무너지면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이는 도요타뿐만 아니라 업계 전반에 해당하는 문제다. 양국은 전 세계 완성차에 들어가는 각종 전자 부품 생산에 중요한 전초 기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도요타는 북미와 중국에 있는 도요타 공장에서 다음 달 당초 계획보다 각각 8만대 적은 완성차를 생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기 차종 생산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포드는 이번 주부터 미국과 독일에 있는 포드 F-150 생산라인을 일주일간 중단시킬 예정이다. 제너럴모터스(GM) 역시 캐딜락과 쉐보레 블레이저 등 대표 모델이 생산되는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 공장 생산 일정을 조정해 나갈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이미 독일 공장을 3주간 1교대 근무로 단축했고 올 상반기 높은 성장세를 기록한 스텔란티스는 프랑스 공장 두 곳의 가동을 일주일 중단하기로 했다. 중국 지리자동차는 최근 부품 수급 어려움으로 완성차 생산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전 세계 완성차 누적 감산량은 630만~710만대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업체는 3분기에만 210만대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역시 이날 산업 동향 보고서를 통해 “올 하반기 다양한 신차가 출시되지만 반도체 공급 충격 여파가 지속되며 전 세계 완성차 업체 판매 실적은 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