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달래기 나선 한·미…“인도적 지원 논의, 연합훈련은 방어적”

입력 2021-08-23 15:23

한·미 외교당국은 대화에 응하지 않는 북한을 향해 대북 인도적 협력을 제안했다. 북한이 반발하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방어적 성격이란 점을 재차 강조하는 등 북한 달래기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자력갱생을 내세우고 남북 통신선까지 다시 단절한 북한이 인도적 협력을 통해 관계 개선에 나설진 불투명해 보인다.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는 23일 서울 시내에서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며 “남북 인도주의 협력사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 본부장은 “보건 및 감염병 방역, 식수 및 위생 등 가능한 분야에서 북한과 인도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며 구체적인 항목도 거론했다.

앙국은 북한이 최근 유엔 고위급 정치포럼(HLPF)에서 ‘자발적 국가별 검토’(VNR) 보고서를 통해 에너지, 식량, 식수위생 문제를 언급한 점 등을 토대로 북한에 가장 필요한 분야를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방역, 보건위생 등의 분야에서 미국의 참여를 통해 남·북·미 협력 가능성을 열어놓음으로써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 위한 명분을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북한의 수용 여부다. 북한은 주민에게 연일 자력갱생을 주문하고 있고, 2019년에는 한·미 연합훈련을 문제 삼아 쌀 5만t을 거부한 전례가 있다. 이 때문에 양국은 향후 유엔 등 국제기구와 구호단체 등을 통해 북한의 인도적 수요와 수용 의사를 파악하면서 간접 지원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노 본부장이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말한 점도 북한의 거부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북한이 연일 반발한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해 “순전히 방어적인 성격”이라며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최근 아프가니스탄 철수에 따른 주한미군 철수 우려가 커진 것을 의식한 듯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미국의 대한민국 방위 약속을 신성시한다는 점을 강조한다”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당초 무력도발 가능성을 시사하고 주한미군 철수까지 요구했던 북한 또한 아프간 사태로 인해 셈법이 복잡해졌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대북소식통은 “미국의 모든 전력이 아프간에 쏠려있어 도발을 통해 미국의 관심을 끌 여지가 크지 않다”며 “아프간 사태로 인해 오히려 미국이 더 강경하게 나올 수도 있는 만큼 북한이 좀 더 시간을 갖고 대응 수위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