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측이 재판부 기피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 임 전 차장 측은 항고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부장판사 윤종섭)는 2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의 속행 공판을 진행하면서 기피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재판장에 대한 주관적 불만을 이유로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면서 기피신청을 한 것”이라며 “소송 진행을 지연시키려고 함이 명백하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앞서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재판장인 윤 부장판사가 대법원장과의 면담에서 ‘판사 블랙리스트 연루자를 단죄하겠다’고 발언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다며 재판부 기피를 신청했다.
기피신청이 기각되자 임 전 차장 측은 즉각 항고 의사를 밝혔다. 임 전 차장 변호인은 “재판장께서도 앞서 관련 사건의 판결을 선고한 직후 재판부에 의견을 달라고 했었다. 거기엔 사실상 기피신청을 생각하고 있냐는 의미가 깔려있었던 것”이라며 “(기각은) 전적으로 부당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임 전 차장 측이 언급한 관련 사건은 형사36부와 재판부 구성이 같은 형사32부가 사법농단 의혹에서 처음으로 유죄 판단을 내린 이민걸·이규진 사건을 의미한다. 형사32부는 지난 3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 대한 1심 판결에서 일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임 전 차장과 공모했다”는 표현을 썼다. 이후 형사36부는 임 전 차장 측에 해당 유죄 판결에 대한 의견을 달라는 공판준비명령을 내린 바 있다.
임 전 차장 측은 재판장인 윤 부장판사가 통상의 인사 원칙을 깨고 서울중앙지법에 3년 넘게 유임한 배경을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2월 법원 정기 인사에서 윤 부장판사는 이례적으로 6년째 서울중앙지법에 남게 돼 논란이 됐었다. 임 전 차장 변호인은 “서울중앙지법에 4년 이상 근무하는 게 제도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며 “국민도 맘에 드는 판사를 골라서 재판을 맡길 권한이 인정되지 않는데, 어떤 판사가 맡고 싶다고 해서 사건을 맡을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로 2018년 11월 기소돼 아직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임 전 차장 측은 2019년 6월에도 재판부를 바꿔달라고 요청했지만 기각됐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