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기대여명 넘겼을 때 3년 내 추가 손배 청구해야”

입력 2021-08-23 12:03

생존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을 계산해 손해배상을 받은 교통사고 피해자가 계속 생존하게 된 경우 기대여명을 넘긴 시점부터 법에서 정한 기한 내에 추가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의 배우자가 B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2002년 4월 서울의 한 도로에서 운전하던 중 중앙선을 침범한 마을버스와 충돌해 경추가 골절되는 사고를 당했다. A씨의 배우자는 보험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소송 당시 약 4.9년의 여명이 기대된다는 신체감정서에 따라 3억3000만원을 지급받았다. 하지만 A씨는 예상된 여명 기간을 넘어 계속 생존했고, A씨의 배우자는 2012년 7월 보험사를 상대로 추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는 추가 손해배상에 대한 소멸시효가 쟁점이 됐다. 민법 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그 손해를 알게 된 날로부터 3년 안에 행사해야 한다. 1심은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A씨의 배우자가 A씨의 기대 여명기간 마지막 해인 2007년보다 5년이나 지난 시점에 소송을 제기해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A씨의 추가 손해배상채권은 이 사건 소 제기 전에 이미 시효로 소멸했다”고 했다.

반면 2심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추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2012년 7월 기준으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직전 3년간 치료비 등은 보험사가 배상해야 한다”며 A씨의 배우자에게 약 2억2700만원의 손해배상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의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봤다. 대법원은 “예측된 여명기간을 지나 생존할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는 이상 종전에 예측된 여명기간이 지난 때 새로이 발생할 손해를 예견할 수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