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유해 앞 울먹인 文의 속마음…“얼마나 서러우셨겠나”

입력 2021-08-23 11:22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유해 안장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서거 78년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홍범도 장군의 유해와 관련해 “조국에서조차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삶이 얼마나 서러우셨겠느냐”는 소회를 밝힌 사실이 23일 뒤늦게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홍 장군 유해 봉환식과 18일 안장식에서 울먹이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 장군 유해 안장식을 마치고 청와대로 복귀해 주요 참모들이 참석하는 내부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한 청와대 참모는 문 대통령에게 “15일 봉환식에서 문 대통령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고, 안장식에서도 추모사 시작전에 1~2초간 목이 메인 것 같다. 어떤 마음이셨느냐”고 질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존엄한 한 인간의 삶의 뿌리에 대한 생각과 돌아가시고도 78년동안이나 고국의 땅에 묻히지 못한 홍 장군의 고난의 삶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고 청와대 참모들이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저녁 서울공항에서 카자흐스탄으로부터 운구된 홍범도 장군 유해가 운구 차량에 실려 안치소를 향하자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조국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주 1세대는 가족과 재산도 다 잃고 고생했다.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되는 과정에서 기차에서도 수백명이 돌아가셨다”며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에 도착해서도 수많은 분들이 생명을 잃으셨다. 하와이나 멕시코의 사탕수수 농장에서의 삶도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홍 장군과 같은 독립지사의 투쟁은 대부분 만주를 무대로한 무쟁투쟁이었다. 일본의 압박으로 더 이상 만주에 머물지 못하고 연해주로 옮기게 된 것”이라며 “거기서 다시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하게 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홍 장군은 그토록 원했던 독립된 조국에서조차 사회주의에 대한 의심과 장막으로 사실에 제대로 접근하지도 못한 채 그야말로 풍찬노숙(떠돌아다니는 고생스러운 인생)의 삶을 사셨다. 독립조국에서조차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신 세월이었다”며 “내 감정이 그렇게 장군님의 서러움에 이입이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던 이유를 설명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