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서거 78년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홍범도 장군의 유해와 관련해 “조국에서조차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삶이 얼마나 서러우셨겠느냐”는 소회를 밝힌 사실이 23일 뒤늦게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홍 장군 유해 봉환식과 18일 안장식에서 울먹이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 장군 유해 안장식을 마치고 청와대로 복귀해 주요 참모들이 참석하는 내부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한 청와대 참모는 문 대통령에게 “15일 봉환식에서 문 대통령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고, 안장식에서도 추모사 시작전에 1~2초간 목이 메인 것 같다. 어떤 마음이셨느냐”고 질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존엄한 한 인간의 삶의 뿌리에 대한 생각과 돌아가시고도 78년동안이나 고국의 땅에 묻히지 못한 홍 장군의 고난의 삶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고 청와대 참모들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조국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주 1세대는 가족과 재산도 다 잃고 고생했다.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되는 과정에서 기차에서도 수백명이 돌아가셨다”며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에 도착해서도 수많은 분들이 생명을 잃으셨다. 하와이나 멕시코의 사탕수수 농장에서의 삶도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홍 장군과 같은 독립지사의 투쟁은 대부분 만주를 무대로한 무쟁투쟁이었다. 일본의 압박으로 더 이상 만주에 머물지 못하고 연해주로 옮기게 된 것”이라며 “거기서 다시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하게 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홍 장군은 그토록 원했던 독립된 조국에서조차 사회주의에 대한 의심과 장막으로 사실에 제대로 접근하지도 못한 채 그야말로 풍찬노숙(떠돌아다니는 고생스러운 인생)의 삶을 사셨다. 독립조국에서조차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신 세월이었다”며 “내 감정이 그렇게 장군님의 서러움에 이입이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던 이유를 설명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