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원점 타격용 미사일 양산을 앞당기기 위해 1년 국방비의 절반이 넘는 특별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알려지자 중국 관영 매체가 “외과수술식 군사 공격을 가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중국 환구시보는 23일 “대만 민주진보당(민진당) 당국이 모험적 행동을 계속할 경우 중국은 외과수술식 군사 공격을 가해 이 활동을 지지하는 세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00억대만달러(약 8조4000억원)의 깜짝 프로젝트는 중국으로선 우스운 일”이라며 “그러나 우리가 실질적인 위협을 느낄 때 민진당 당국으로 하여금 그 계획을 포기하도록 할 능력이 있고 필요하면 중국 인민해방군이 나서 제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매체는 또 “민진당 당국이 대만 독립 성향을 보이거나 중국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극단적인 행동을 한다면 중국은 최후통첩을 날려 외과수술식 공격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대만 국방부는 원점 타격용 미사일 양산을 위한 2000억대만달러 규모의 특별예산을 요청했다고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이 보도했다. 원점 타격은 상대방의 공격이 이뤄진 지점을 타격하는 것으로 대만 무력 통일을 공공연하게 언급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했다는 평가다. 대만 언론들은 차이잉원 총통의 재가가 떨어져 다음 달 초 행정원이 예산안을 입법원(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만 행정원은 내년도 국방 예산을 3726억대만달러(약 15조7000억원)로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보다 109억대만달러 늘어난 규모다. 2000억대만달러는 대만 연간 군사비의 5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는 중국 군용기들이 수시로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해 무력 시위를 벌이면서 대만해협 주변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더해 대만은 미군이 철수한 아프가니스탄을 탈레반이 순식간에 재장악한 상황을 보면서 자주국방 필요성을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차이 총통은 지난 18일 화상으로 열린 민진당 회의에서 아프간 정세를 언급하며 “대만의 유일한 선택은 자신을 더욱 강하게 하는 것”이라며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보호에 기대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 아니다”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