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8월 31일로 예정된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기한 연장을 군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구조 작업 진행 상황에 따라 기한이 연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군의 카불 구조 상황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천 명의 사람을 대피시키는 건 언제 시작하든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통과 상실 없이 이 많은 사람을 대피시킬 방법은 없다”며 “이미 여러분들이 TV에서 본 가슴 찢어지는 장면들이 사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심장박동이 줄어든다”는 표현도 썼다.
공포에 질린 피란민이 몰려 사망자까지 발생한 카불 비극에 대해 공감을 표하면서도, 혼란은 불가피한 일이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미국 시민이 가능한 신속하고 안전하게 아프간에서 빠져나가는 것”이라며 “지난 8월 14일 이후 2만8000명, 7월 이후 최대 3만3000명이 카불에서 대피했다”고 말했다. 이어 “집에 돌아가고 싶어 하는 미국인은 모두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피를 위한) 전례 없는 글로벌 노력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있다. 4개 대륙 24개 국가와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주말 36시간도 채 되지 않아 약 1만1000명을 구출했다”며 “놀라운 작전”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카불을 탈출한 아프간 시민들이 미국에서 거주할 것이라는 약속도 했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우리를 도운 아프간 사람들을 미국의 새집으로 환영할 것”이라며 “그게 바로 미국”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철군 일정이 연장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 희망은 연장하지 않는 것이지만, (구조 작업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군에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은 아직 갈 길이 멀고 여전히 (구조 과정이) 잘못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슬람국가(IS)와 파생 단체인 IS-K의 위협도 직접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테러리스트들이 상황을 악용할 수 있다”며 “미국은 모든 위협을 모니터링하고 지속적인 경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IS의 위협은 현실이며 심각하고 지속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군 지휘부에 (카불에) 추가 병력이 필요한지 매일 묻고 있다”며 추가 파병 여부를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사태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오는 24일 주요 7개국(G7) 긴급 정상회의를 화상으로 열기로 했다. 이와 관련, 탈레반 제재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답은 ‘예스’다. 그들 행동에 달렸다”고 말했다. 앞서 로이터 통신은 이날 “영국이 G7 정상회의에서 탈레반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제안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철군 과정에 대한 비판 여론에 대해 “나는 전쟁을 끝내기로 결정했다. 이 일(철군)이 끝나면 미국인들은 왜 내가 이 일을 했고 내가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내가 완벽히 옳았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기자회견은 아프간 상황에 대한 적극적 설명을 통해 비난 여론을 누그러뜨리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여론이 계속 악화할 경우 국정 수행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일주일 사이 발표된 바이든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다.
더힐은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 사태와 코로나19 전염병 대유행 쌍둥이 위기와 씨름하고 있다”며 “대통령직의 능력이 시험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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