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같은 뜻을 가진 동지들을 불러 모아 세력을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의명분을 앞세워 좀 더 많은 사람을 설득함으로써 마침내 권력을 획득하는 행위이다.
정치는 먼저 같은 뜻을 가진 동지들을 불러 모아야 한다. 어떤 동지들을 어떠한 방법으로 모으느냐에 따라 그 정치 세력의 운명이 결정된다. 정치는 거친 들판에서 사사로움에 얽매이는 일 없이 공개적이고 공정하게 사람을 모아야 한다. 아직 먼 길을 가야 하는 거친 들판에서 사람을 모아야 그 세력이 힘차게 전진한다.
그러므로 친밀한 사람 사이의 사적 인연으로 사람을 모으고 뜻을 같이하려 해서는 안 된다. 혈연, 지연, 학연 등과 같은 제한적 범위에서 사람을 모으면 어떤 대의명분도 내세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궁색한 결과만 잉태할 뿐이다.
대의를 위한 이상과 열정을 품고 거친 들판에서 동지를 모았다면, 주저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되, 항상 정정당당해야 한다. 모략과 간계로 정적을 제압하고, 과장과 속임수로 정치적 이득을 얻는 정치인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동양의 고전 ‘주역’에는 ‘伏戎于莽 升其高陵 三歲不興(복융우망 승기고릉 삼세불흥·풀숲에 병장기를 몰래 숨겨 놓고 높은 언덕에 올라 망을 보면 삼년이 지나도 흥할 것이 없다)’ 구절이 있다.
‘치졸한 계략과 암수를 사용해 자신의 능력보다 높은 지위에 오르려 하고,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며 사사로운 이득을 취하려 하면 세 번의 기회에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정당당하지 못한 정치는 결국 성공하지 못하니 경계하라는 뜻일 게다.
진실한 마음과 올바른 도리를 바탕으로 정정당당하게 정치를 할 경우, 처음에는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무시당하고 핍박받는 일까지 있다. 이래서 정치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이른바 ‘정치판’이라고 하는 곳은 술수와 야합, 음모와 배신이 판을 치는 곳이다. 아무리 대의명분을 가지고 진실한 마음과 올바른 도리를 지키며 나아가도 오히려 폄하 당하기 일쑤다. 이익을 함께하려는 자들은 옳지 않더라도 편을 들어주지만, 뜻을 함께하려는 자들은 옳아도 폄하하고 비난하기 바쁜 곳이다. 이런 곳에서 견디고 이겨낼 수 있는 사람만이 정치를 할 수 있다.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런저런 출마자와 그의 옆에 모여있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권력과 자리를 탐하는 이들은 많지만, 대의명분을 구하는 이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우리는 자세히 살펴 구별하여야 한다. 누가 뚜렷한 대의명분을 가진 정정당당한 출마자이며, 누가 모략과 간계, 과장과 속임수의 출마자인지를. 그 옆에 서 있는 사람들이 거친 들판에서 공개적으로 공정하게 모인 사람들인지, 혈연, 지연, 학연 때문에 모인 사람들인지를.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선택하여야 한다.
그 선택에 대한민국 5년의 성쇠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