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스틸러스 골키퍼 강현무가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 선방으로 극적인 무승부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시즌 동료였던 외국인 선수 팔로세비치의 페널티킥을 막아내면서다.
강현무는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1 하나원큐 K리그1 24라운드 FC 서울과의 경기에서 2대 2로 동률이던 후반 추가시간 팔로세비치의 왼발 슛을 왼쪽 구석으로 몸을 던져 막아냈다. 전반 팔라시오스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였던 포항은 강현무의 선방으로 승점 1점을 지켜냈다.
강현무는 팔로세비치가 슛에 앞서 준비를 하자 상대를 빤히 쳐다보며 웃었다. 그는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같이 (포항에) 있을 때 저도 좀 웃긴 이미지였고 팔로세비치도 마찬가지였다”면서 “제가 웃으면 같이 웃지 않을까, 그럼 잘 못 차지 않을까 싶었다. 저를 쳐다보길래 저도 웃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신경전에서 강현무가 승리한 셈이 됐다.
강현무는 “팔로세비치는 워낙 페널티킥을 방향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차는 선수다. 저도 처음에 방향을 정하지 않았다”면서 “팔로세비치가 슛을 하기 전 위치를 보고 확률적으로 (뛰는 방향을) 결정했다”고 했다. “항상 페널티킥을 자신있다”고 한 그는 “팔로세비치가 포항에 있을 때 페널티킥 연습을 하면 몸을 던지는 시늉만 했지 실제로 (정식으로) 해본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평소 엉뚱한 행동으로 잘 알려진 강현무는 이날도 예상 외의 대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포항 벤치에서 득점할 때마다 파이팅 소리가 크게 들리던 것에 대해 질문을 받자 “제가 귀가 안 좋다. 먼 거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답해 기자단 사이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강현무는 최근 포항이 여러 사건을 겪고도 쉽게 꺾이지 않은 데는 팀 내 고참 선수들의 힘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팀이 민규(송민규) 사건도 있고 그런 일 때문에 분위기가 쳐지긴 했다. 그런 점 때문에 걱정도 했다”면서 “그래도 헤쳐나가야 하기 때문에 우리끼리 할 수 있다 최선 다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고 했다. 그는 “나이 많은 형들이 (경기장에서) 더 간절해 보인다. 더 열심히 뛰어준다”면서 “어린 선수들이 열심히 뛰었다고는 하지만 뒤에서 볼 때는 조금 더 열심히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