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나면? 사회불안은? 아프간 인접국 난민 올까 긴장

입력 2021-08-22 17:45
지난 19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접한 파키스탄 차만의 검문소에서 파키스탄군 병사가 아프간 난민들의 입국을 지켜보며 경비를 서고 있다. 파키스탄은 국경 지역 주요 검문소의 경계와 신원 확인 절차를 강화했다. AF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 수중에 넘어간 뒤 전세계 곳곳에서 테러리스트와 난민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아프간 인접국들은 테러리스트 유입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아프간은 중국, 이란,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6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이중 일부 지역에선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가 다시 활개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은 2015년 시리아발 난민 위기가 재연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당시 시리아 내전으로 100만명 넘는 난민이 유럽으로 몰려들면서 유럽연합(EU) 내부 갈등이 불거지고 극우주의가 득세하는 혼란이 빚어졌다.

22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주재 중국 대사관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파키스탄 서부 발루치스탄주에서 중국인을 겨냥한 폭탄 테러가 벌어졌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인 근로자를 태운 차량이 자살 폭탄 테러범의 공격을 받아 파키스탄 어린이 2명이 숨지고 중국인 근로자 1명 등 여러 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이번 폭탄 테러가 있기 전 지난달 14일엔 파키스탄 북부에서 중국인 근로자를 노린 버스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파키스탄 당국은 파키스탄 탈레반 반군이 저지른 자살폭탄 테러라고 발표했다.

중국은 아프간 탈레반의 귀환이 같은 이슬람 수니파인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ETIM은 중국 신장 위구르족 분리독립 운동 세력의 주축이다.

인도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인도에선 지난 수십년간 분쟁지역인 카슈미르를 중심으로 극단주의자들의 테러가 빈번하게 발생했는데, 미국이 지원한 아프간 정부가 무너지면서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 정부가 특히 주시하는 단체는 자이시에무함마드(JeM), 라슈카르에타이바(LeT) 등 2곳이다. 이들 조직은 2019년 인도 경찰 4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카슈미르 자살 폭탄 테러 사건, 2008년 뭄바이 호텔에서 벌어진 연쇄 테러 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정보당국 관계자는 “탈레반이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 수백 명을 풀어줬는데 그들 중 다수가 JeM, LeT 출신”이라며 “이들이 파키스탄을 거쳐 인도로 침투하려는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리스 알렉산드로폴리스 지역에서 터키와의 국경을 따라 설치된 장벽 모습. 그리스는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출한 이주민과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터키와의 국경에 40㎞ 길이의 장벽과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미국 CNN방송 등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은 아프간 탈출 난민 유입을 걱정하고 있다. 중동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관문 중 한 곳인 그리스는 터키와 접한 국경에 40㎞ 길이의 장벽과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다.

미칼리스 크리소코이디스 그리스 시민보호부 장관은 전날 완성된 장벽을 둘러본 뒤 성명을 내고 “아프간 위기는 지정학적 문제와 이주민 유입 가능성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앞으로 발생할 결과를 수동적으로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스가 난민 유입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데는 2015년 시리아 난민 사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난민 6만명이 그리스에 정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정부는 국제기구와 터키로부터 국경을 통과하는 이주민과 난민을 더 많이 허용해달라는 요청을 일찌감치 거절했다. 터키는 2016년 유럽으로 향하는 중동 지역 난민들을 통제하기로 EU와 합의했지만 지난해 난민 보호 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며 유럽행을 다시 허용하고 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