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사퇴하거나 묵언수행하라”…尹캠프 특보 사실상 ‘경질’

입력 2021-08-22 16:46 수정 2021-08-22 16:49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의 민영삼 국민통합특보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사퇴하고 유승민 캠프에 가라’고 거친 말을 뱉은 지 반나절 만에 사실상 경질됐다. 돌출 발언의 여파가 이 대표와의 갈등으로 비화될 것을 우려한 윤 전 총장 캠프에서 즉각 대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 특보는 22일 오전 9시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대표는 사퇴 후 유승민 전 의원 캠프로 가서 본인 맘대로 하고 싶은 말 다 하든지, 대표직을 유지하며 대선 때까지 묵언 수행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권교체 대업 완수를 위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촉구했다.

논란이 일자 민 특보는 오후 1시 30분쯤 해당 글을 삭제했다. 그러면서 “(해당 글은) 제 개인적인 판단에서 단상을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해가 소지가 남을 수 있어 게시글을 닫았다.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해명 1시간 만에 윤석열 캠프는 “민 특보가 사의를 표명해왔다. 캠프에서는 이를 수용해 특보직에서 해촉했다”고 알렸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8일 민주평화당 최고위원을 지낸 민 특보를 다른 호남 출신 인사들과 함께 영입했다. 민 특보는 임명 나흘 만에 물러나게 된 것이다.

민 특보는 직을 내려놓자마자 페이스북을 통해 “소신껏 자유롭게 정치평론가 활동을 하기 위해 사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개인적 판단의 게시글이 윤 전 총장 캠프와 연결돼 해석된 상황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대표 쪽에서는 개인적 판단의 게시글을 윤 캠프와 연결하지 말아 주실 것을 엄중히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민 특보의 저격 대상이 된 유 전 의원 측은 윤 전 총장에게 책임을 추궁했다. 유 전 의원 캠프 권성주 대변인은 “책임은 애초에 입당 때부터 당대표를 무시한 후보의 안하무인 자세에 있다”며 “정권교체를 외치며 속으로 당권 교체에 군침 흘리는 것은 아닌지 윤 전 총장이 직접 해명하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를 향한 윤 전 총장 캠프 인사들의 공격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캠프의 신지호 정무실장은 “당 대표의 결정이라고 해도,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것은 탄핵도 되고 그런 거 아니냐”고 발언해 논란을 촉발시켰다.

이에 윤 전 총장이 직접 나서 “탄핵이란 용어는 적절치 않다. 캠프 모든 분에게 당의 화합과 단결에 폐가 될 만한 언동은 절대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수습했다.

한편 윤 전 총장은 자신의 캠프가 비대위 출범을 계획하고 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를 강하게 부인했다. 윤 전 총장은 “비대위라는 것은 전당대회를 통해 임기가 보장된 대표를 끌어 내린다는 것인데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황당무계한 얘기”라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 캠프는 해당 언론사에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이미 밝힌 상태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