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옹호하는 글을 올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년 전엔 이와 전혀 다른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전 장관은 21일 페이스북에 “징벌적 손해배상 등 언론중재법 개정안 내용과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선진국에서 그 제도가 위헌 결정을 받았다거나 언론의 자유가 붕괴됐다는 소식을 들은 적 없다”며 “한국의 언론자유 수준은 매우 높다. 그러나 언론의 책임 수준은 매우 낮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이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의 집권 연장에 이용될 수 있다는 야권의 비판도 반박했다. 조 전 장관은 22일 “대통령, 총리, 장관, 국회의원, 판검사 등은 언론중재법상 피해구제대상이 아니다. 적용시기도 대선 이후다. 그런데 어찌 이 법이 권력비리를 은폐하고 집권연장을 위한 법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언론사 고의·중과실이 인정될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토록 하는 게 골자다. 언론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일자 공익을 위한 보도는 대상에서 제외하고, 고위 공직자 등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배제했다. 하지만 허위·조작보도라는 개념이 모호하고, 현직 고위 공직자 등은 아니지만 권력과 가까운 이들이 소송을 남발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조 전 장관은 8년 전인 2013년 5월엔 지금과 전혀 다른 주장을 했다. 당시 조 전 장관은 SNS에 “시민과 언론은 ‘공적 인물’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가질 수 없다. 따라서 공인에 대한 검증과정에서 부분적 허위가 있었음이 밝혀지더라도 법적 제재가 내려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22일 페이스북에 “정치인이야말로 허위·왜곡 주장 유포의 1등 공신”이라며 “수사와 판결을 통해 드러난 사실마저 부정하고 음모론을 제기해온 조 전 장관 측과 그를 지지하는 정치인들 역시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 전 장관은 지난해부터 언론에 대한 대대적인 고소·고발을 해왔다. 모호하고 추상적인 고의·중과실을 기준으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겠다는 민주당의 언론중재법이 통과된다면, 조 전 장관 및 가족 관련 비리의혹 보도와 같이 권력을 가진 사람에 관계된 의혹 보도는 축소되고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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