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중인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정의용 외교부 장관을 만나면서 공식 일정에 돌입했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하며 한반도 긴장감을 고조시킨 상황에서 그가 어떤 메시지를 발신할 것인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김 대표는 방한 기간 동안 박지원 국정원장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22일 “정의용 장관은 이날 오후 장관 공관에서 성 김 대북특별대표를 접견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조기에 재가동하는 방안에 관해 협의했다”고 밝혔다. 3박4일간의 일정으로 지난 21일 방한한 김 대표가 첫 공식 일정으로 정 장관을 만난 것이다.
김 대표는 23일 오전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갖는다. 한·미 북핵수석대표 간 대면 협의는 지난 6월 이후 두 번째다. 러시아 측 북핵수석대표인 이고리 모르굴로프 외교차관도 방한하면서 미·러 북핵수석대표 협의도 한·미 협의 직후 곧바로 열린다. 다만 한·미·러 3자간 협의는 현재까지 계획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두 달 만에 다시 방한한 것은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지난달 남북 간 연락채널을 끊고 한·미 연합훈련 실시에 불만을 표하는 담화를 발표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며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 무력시위를 감행한다면 어떤 식으로 한·미 양국은 대응할지를 논의하기 위해 방한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대사도 “연합훈련이 진행되고 있고 연합훈련 전에 북한의 반응이 있었던 만큼 이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지난 21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이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 정부 동료들과 매우 긴밀한 협의를 기대한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은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에 걸쳐 밝힌 만큼 대북 제재 일부 완화와 같은 전향적인 메시지는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외교 소식통은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 방한했다기보다는 상황을 관리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방한 기간 동안 박지원 원장을 만나는 것도 이런 상황과 맞닿아 있다.
정부 소식통은 “김 대표와 박 원장이 회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회동에서 최근 북한 동향과 관련해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대북 정보를 공유할 가능성이 있다. 김 대표는 지난 6월 방한 당시 박 원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또 이인영 장관도 접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