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너무 아팠어. 다 털어버리면 우리 엄마, 아빠 또 아플까봐 미안해서 못 얘기했어요.”
친구의 의붓아버지에게 성범죄 피해를 본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충북 청주 여중생A양이 남긴 유서(사진)가 숨진 지 3개월 만에 발견됐다. 어린 소녀가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웠던 심경과 가족에 대한 미안함,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이 담겼다.
A양의 유족은 22일 충북 청주 성안길에 마련된 추모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양이 남긴 편지를 공개했다. 이 편지는 최근 유족이 A양의 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발견했다.
A양은 이 편지에서 “엄마, 아빠 가슴 아프게 해서 미안해요. 부모님이 내 곁에서 위로해줘서 그동안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며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나 너무 아팠어. 솔직하게 다 털어주면 좋았을 텐데 다 털어버리면 우리 엄마, 아빠 또 아플까봐 미안해서 못 얘기 했어요”라며 심정을 토로했다.
A양은 “우리 아빠 누구보다 많이 여려 아파하실까 걱정된다. 아빠가 나 때문에 걱정 많이 하고, 잠 못 드는 거 싫어. 마음 쓰지 말고 편하게 지내셔야 해, 꼭”이라고 가족들을 걱정했다.
가해자 처벌도 희망했다. A양은 “나 너무 아파 어쩔 수가 없었어요. 1월에 있었던 안 좋은 일 꼭 좋게 해결됐으면 좋겠다”며 “나쁜 사람은 벌 받아야 하잖아. 그치? 그 날만 생각하면 손이 막 엄청 떨리고, 심장이 두근대”라고 적었다.
유서를 읽던 A양의 유족 측은 이날 또한번 울음을 터트렸다.
A양 부모는 “가해자가 재판에서도 뻔뻔하게 (범죄를) 부인하고 있다”며 “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공정한 재판을 통해 엄벌해달라”고 촉구했다.
A양은 지난 5월 12일 친구 B양과 함께 청주시 오창읍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검찰은 이들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B양의 의붓아버지인 C씨를 구속 기소했으나 그는 지난 달 비공개로 진행된 첫 공판에서 술을 먹인 아동학대 혐의만 인정하고 성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부인했다.
C씨에 대한 2차 공판은 다음 달 15일 청주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청주=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