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대권 출사표를 던진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은 지난 21일 “야권 유일의 호남 후보, 이것이 나의 대선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지역 구도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한국 정치 현실에서 호남으로의 지역적 확장을 이룰 야당 주자는 자신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내가 본선에 나가면 호남에서 45%의 득표율을 올릴 수 있다”고도 했다.
장 이사장은 야권 유력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목욕탕의 수증기”에 비유하면서 “경쟁의 창문이 열리면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라고 박하게 평가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두고는 “김대중(DJ) 정신을 배신한 정당” “비둘기 둥지를 차지한 뻐꾸기 집단” 등의 표현을 동원해 거세게 비난했다. 국민일보는 서울 마포구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사무실에서 장 이사장과 인터뷰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호남 출신이자 ‘DJ 적자’로 불리는데, 국민의힘에 입당해 대선에 출마한 이유는.
“나라가 이대로 가면 위태롭다는 절박감이 있었다. 지금 국민은 코로나 불안에 밤잠을 설치는데 대한민국은 존립 자체가 위기에 처해있다. 자유라는 주춧돌 위에 세워진 3개의 기둥, 즉 정치적 민주주의, 경제적 자유시장주의, 군사안보적 한·미동맹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지 않나. 과거의 정치적 관계나 노선 등을 따질 때가 아니라 나라를 살리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에 결단했다.”
-대선 주자로서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영남을 기반으로 한 야당에서 유일한 호남 후보다. 이게 큰 경쟁력이다. 호남 기반의 민주당은 DJ 이후 영남 출신인 노무현·문재인 후보를 선택해 전략적 투표로 집권에 성공했다. 내년 대선에도 호남은 영남 후보를 선택할 것으로 본다. 선거는 구도의 게임이라 하는데, 이쪽에서 호남 후보를 내세우지 않으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는 것이다. 저쪽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내거는데, 이쪽에서 ‘영남 꼰대당’ 이미지로 가면 참패다. 정권교체를 하려면 ‘영남 정당의 호남 후보’가 필요하고, 이에 최상인 후보가 저라고 생각한다. 저는 망국적 지역감정을 해체하고 분열의 정치를 종식시킬 수 있다.”
“민주당은 민주당이 아냐…DJ 정신 배신”
-당내 경선 문턱 넘는 게 일차 과제가 될 것 같다.
“국민의힘은 저에게 정치적 황무지, 사막과 같다. 혈혈단신으로 정권교체를 위한 비전과 전략만 갖고 들어왔다. 저는 5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루고, 성공적으로 국정운영을 해본 경험과 전략을 가진 사람이다. 지금 야당 지지자들은 무엇보다 정권교체를 원한다. 그래서 이준석 대표가 당선되고, 이 정부에서 부역한 이들마저 우리 편에 서니까 지지하는 것 아닌가. 본격적인 경선에 돌입하면 누가 정권교체라는 호랑이를 잡을 수 있을지를 보고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이라 본다. 제가 사막에서 기적을 일으켜 보겠다.”
-현실적으로 지지율이 낮은데, 시간은 많지 않다.
“한국 정치에서의 수개월은 외국의 수년과 같다. 지금 나오는 여론조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경쟁 무대가 펼쳐지고 다른 후보들 버블이 빠지면 유권자들은 새로운 인물이 혜성처럼 튀어나와 새판을 짜주길 원할 것이다. DJ 적자인 저는 호남 표 45%를 가져올 수 있지만 다른 후보는 어림없다. 국민통합을 이루면서 빅텐트를 칠 수 있는 후보는 저밖에 없다.”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데.
“지금의 민주당은 DJ와 제가 있었던 때의, 전통적 의미의 민주당이 아니다. 열린우리당 잔당 세력이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비둘기로 표현했다면, 지금은 비둘기인 척 하고 둥지를 튼 뻐꾸기들인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의회민주주의를 침몰시켜 독재정치로 퇴행시키고, 남북관계는 쇼만 있을 뿐 핵 문제는 언급도 못하는 등 알맹이가 없고, 한일 관계 역시 DJ의 공동 파트너십 원칙을 폐지하고 막장 외교를 펼친다. 중산층과 서민은 정부 실정에 추락하고 있다. 모든 정책 집행이 DJ 정신과 거꾸로 간다. 배신이다.”
-당내 후보 중 강력한 경쟁자를 꼽는다면.
“오늘 꼽는다면 윤석열 후보다. 그러나 윤 후보는 문재인 정권의 반사적 이익을 볼 뿐이다. 그래서 목욕탕의 수증기 같다고 하는 거다. 경쟁의 창문이 열리면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다. 사람들이 손안의 휴대전화로 온갖 정보를 얻는 시대라 실체를 숨기는 데도 한계가 있다. 요즘 윤 후보 정치하는 모습을 보면 자유당 때의 건달 정치를 보는 것 같다. 국정을 모르고, 민주적 리더십이나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이해도 없다. 무엇보다 윤 후보나 최재형 후보 같은 현 정권 부역자들이 야권 후보가 되는 건 필패의 지름길이다. 다른 후보들로도 이길 수 없다.”
“1호 공약은 한·미동행 강화”
-시대정신은 무엇이라 보는가.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미래와 4차 산업혁명이다. 세상은 메타버스라는 가상현실과 실제현실, 그리고 우주현실이 공존하는 시대가 열렸다. 4차 산업혁명은 국가와 기업, 개인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것이다. 대통령이 되면 ‘4차산업 혁명청’를 신설해 초일류국가, 초일류국민, 초일류기업으로 이끌어 10년 안에 5만~8만 달러의 선진문명국가를 이룩할 생각이다.”
-1호 공약으로 준비하는 게 있다면.
“한·미동맹을 철의 동맹으로 강화시키겠다. 당초 집값 문제, 부동산 정책을 1호 공약으로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자 탈레반이 정권을 잡고 순식간에 나라 전체가 혼돈 상태에 빠지는 것을 보면서 국민 불안, 국가 미래에 대한 불안을 없애는 일에 더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해 ‘한·미동맹 강화’로 바꿨다.”
-외교 분야 전문가로서 ‘장성민표’ 외교전략은 무엇인가.
“핵심전략은 중심축과 부채살 전략(Hub and Spoke)이다.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주변 4대 강국과 아시아, 유럽과 세계로 뻗어 나가는 것을 뜻한다. 한·일 경제전쟁도 종식시켜 더 이상 ‘죽창가’를 부르는 대일 감정 외교는 없을 것이다.”
지호일 이상헌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