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가림막 효과? “관리 잘 안되면 ‘데드존’ 더 위험”

입력 2021-08-22 00:07 수정 2021-08-22 00:07
지난해 한 교실에 설치된 투명 가림막.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교실, 식당 등 곳곳에 설치된 투명한 플라스틱 가림막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투명 가림막이 과학적으로 공기의 흐름을 차단하고 데드존을 만들어 코로나 예방 효과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통상 교실과 사무실 같은 좁은 공간에서는 사람들이 호흡할 때 나오는 입자들이 기류로 운반되는데, 환기가 잘 이뤄지면 15~30분 간격으로 신선한 공기로 대체된다.

그러나 투명 가림막은 공기의 흐름을 방해해 정상적인 환기를 방해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에어로졸(대기 중의 고체 또는 액체 상태의 입자)들이 축적된 데드존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버지니아공대의 린지 마 교수는 NYT에 “교실에 가림막 숲들이 있다면 적절한 환기를 방해할 것”이라며 “모든 사람의 에어로졸들이 갇혔다가 쌓이면서 결국 당신의 책상 너머로 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과학자들이 이끄는 연구팀 역시 지난 6월 발표한 연구에서 교실 내 책상 가림막들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매사추세츠주의 한 교육구에서는 가림막이 공기 흐름을 방해하는 것으로 분석됐으며 조지아주 학교들에서는 책상 가림막이 교실 환기나 마스크 착용과 비교할 때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에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투명 가림막보다는 환기가 더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미국에서만 나온 주장은 아니다. 영국에서도 다양한 환기 조건에서 가림막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 가림막이 기침할 때 나오는 입자를 막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말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입자를 가두지는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영국 리즈대의 건축환경공학과 교수인 캐서린 녹스는 “실내에서 작은 에어로졸들이 가림막 위로 움직이면서 5분 이내 섞였다”며 “이것은 사람들이 몇 분 동안 소통하면 가림막과 상관없이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국내 전문가는 어떻게 볼까.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가림막에 데드존이 생길 만큼 소독을 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가림막을 제때 소독한다면 일정 부분 방역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에어로졸이 축적돼 농도가 높아지는 데드존은 가림막을 제때 소독하지 않아서 생기는 것이라는 얘기다.

최 교수는 이어 “가림막뿐만 아니라 책상과 손잡이처럼 사람의 손길이 닿는 부분에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어떤 방역도 효과적이지 못하다”며 “가림막 사용뿐만 아니라 꾸준한 환기나 소독 같은 다양한 환경이 조성돼야만 방역을 위한 노력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혜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