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하철 노조 첫 연대파업 결의…쟁점으로 떠오른 무임손실 보전

입력 2021-08-22 05:00 수정 2021-08-22 05:00
서울교통공사 무임승차 손실액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구, 인천 지하철 노조가 총파업을 결의했다. 전국 지하철 노조가 연대 파업을 결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17일부터 20일까지 실시한 쟁의 찬반투표 개표 결과 81.62%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조합원 1만889명 중 9963명(91.5%)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8132명(81.6%), 반대 1712명(17.1%), 무효 33표로 집계됐다. 노조는 “쟁의 찬반투표가 가결됨에 따라 합법적인 쟁의가 가능해졌다”며 “예년에 비해 비교적 높은 찬성률을 보인 것은 코로나19로 닥친 재정 위기에 대해 정부와 서울시가 지원책을 내놓지 않고 인력감축·외주화 등 구조조정으로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을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전은 22일까지 투표를 진행하며 광주는 노사협상이 진행 중이어서 파업 찬반투표를 하지 않고 있다. 전국철도지하철노조협의회는 6개 지하철노조 위원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23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향후 투쟁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실제 파업 시기는 9월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하철 노조 파업의 목적은 만성적인 재정난 타개를 위한 정부의 재정 지원 촉구에 있다. 6개 노조는 낮은 운임, 무임승차 등으로 지하철 교통공사의 적자가 누적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승객 감소가 더해져 적자 폭이 커졌다. 이같은 적자난이 해소되지 않는 한 사측의 구조조정 압박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고 노조는 판단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1조1137억원의 적자를 냈다. 2019년 5865억 원 대비 89% 증가한 규모다. 부산도 2600억원, 대구 2060억원, 인천 1600억원, 대전 435억원, 광주 375억원 등의 적자를 기록했다. 서울의 경우 구조조정 이슈도 있어 파업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 서울시가 서울교통공사에 경영효율화를 요구하자 사측은 전체 직원 1만6700여명의 10%에 육박하는 1539명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서울교통공사는 낮은 운임, 노인 등 무임수송으로 인한 만성적인 적자구조에 코로나19로 인한 운수수입 급감으로 올해 말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있다. 이에 교통공사의 자구노력, 서울시 재정지원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국비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정부 정책에 따른 노인 등 법정 무임승차 손실이 교통공사 당기순손실의 평균 53.5%를 차지하여 재정 적자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만큼 법 개정을 통한 정부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지자체, 교통공사 노사의 공통된 입장이다.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의 무임수송은 노인복지법 등 6개 법률을 통해 복지차원에서 시행되는 국가사무임에도 정부의 예산 지원근거는 어디에도 규정돼 있지 않다. 반면 국영철도인 코레일은 철도산업발전 기본법을 근거로 국토교통부로부터 무임손실 보전을 받고 있다.
정부의 코레일 무임손실 보전액

서울교통공사 등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공개한 ‘공익서비스 국비 지원 법제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상적인 무임수송 비용 부담 유형’을 묻는 말에 응답자 중 가장 많은 46.8%는 국가(정부)와 지자체가 절반씩 분담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부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23.9%, 지자체가 100% 부담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17%였다. 전국 도시철도 운영기관 16곳은 2017년 2월 ‘정부가 무임수송 정부지원을 법으로 정하고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의 공동건의문을 관계부처에 제출했다. 이들 기관은 “법령에 따라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시행되는 복지 서비스인 무임수송을 정부가 지원하지 않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추진하기도 했다. 코레일의 경우 정부로부터 무임손실 비용의 60%까지 보전받으면서 지하철 운영기관만 전액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차별에 해당한다는 게 이들 기관의 주장이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