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장녀가 꿈 이뤘어요” 해군장교 된 용사의 딸[인터뷰]

입력 2021-08-21 20:54 수정 2021-08-21 21:00
천안함 희생자 고(故) 김태석 해군 원사의 딸 김해나씨. 연합뉴스

천안함 고(故) 김태석 해군 원사의 딸 김해나(19)씨가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해군 간부의 길을 걷게 됐다. 그는 지난 19일 ‘해군 군가산복무(군장학생) 장교’ 모집 전형에 최종 합격했다.

현재 우석대 군사안보학과 21학번에 재학 중인 그는 2025년 대학 졸업과 함께 해군 소위로 임관한다.

이달 초 해군을 비롯해 공군과 해병대 전형에도 합격했지만, 아버지를 따라 해군 간부의 길을 택했다.

그는 21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부터 해군을 많이 봐왔고, 자연스레 ‘해군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었다”며 해군 간부의 길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아버지를 앗아간 ‘천안함 폭침’ 사건은 결정적이었다. 해나씨는 “천안함 사건이 터진 이후에는 ‘해군이 돼야만 한다’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가 평소 세 딸 중 한 명은 해군이 되면 좋겠다고 하셨다”면서 “‘아빠, 세 딸 중 장녀가 꿈을 이뤘어요’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다”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2010년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던 그는 천안함 폭침으로 아버지 김 원사를 잃었다.

이후 ‘끝까지 노력하면 못할 건 없다’라는 좌우명을 가지고 ‘해군 간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왔다. 올해 충북 진천에 있는 군사안보학과에 입학한 그는 매일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장교 시험공부에 열중했다고 한다.

해나씨는 “해군을 포함한 모든 군대에선 체력과 지식을 모두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열심히 해서 두 가지를 다 이뤄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면서 “같은 꿈을 가지고 노력했던 친구들이 가장 큰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합격 소식을 가장 먼저 어머니와 두 여동생 해강(18)·해봄(16)양에게 알렸다고 한다. 그는 “친구들, 어머니, 동생들, 교수님들이 모두 ‘하고 싶으면 해라’ ‘너는 할 수 있다’라고 응원해 주셨다”면서 덕분에 지칠 때마다 “으쌰으쌰”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해나씨는 합격 당시 기분을 묻자 “처음엔 ‘이게 진짠가’ 싶은 생각이 제일 많이 들었고, 그다음에는 정말 행복한 기분만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열심히 나라를 지키는 군인분들처럼 저 역시 그럴 거다. 아버지 이름에 먹칠하는 일 없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당당한 포부를 밝혔다.

그를 지도한 한훈 우석대학교 군사안보학과 교수는 “밝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학우들과의 관계도 좋고 인기도 많은 학생”이라며 “공부할 때만큼의 태도는 근성 있고 흩어짐 없는 모습을 보여 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학생들은 남학생들보다 장교 시험 경쟁률이 훨씬 높은 편”이라면서 “해나 학생의 경우 학과 최초 해군 장교, 공군 장교 여학생 후보생으로 장교 시험 최종합격의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이예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