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카불 공항에서 탈레반을 피해 탈출하려는 아프간 시민들의 절박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철조망 건너로 던져 미군이 받았던 아기가 아빠와 무사히 재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9일 미 해병대원 손에 넘겨졌던 이 아기가 아빠와 다시 만나 안전하게 지내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 해병대 측은 “아기는 현장 의료시설에서 의료진의 보살핌을 받았다”며 “아빠와 다시 만난 아기는 공항에서 안전하게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해병대 측은 이 아기를 비롯해 의료시설로 이송된 다른 아이들이 현재 안전하게 지내고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들을 언론에 공개했다. 다만 이 아이들의 신변과 관련된 세부 정보는 밝히지 않았다.
앞서 지난 19일 카불 공항 주위에 아프간 주민들이 몰린 가운데 일부 아기 엄마들이 철조망 너머 경비를 서는 군인들에게 아기를 건네는 장면이 소셜미디어(SNS)를 타고 급속히 퍼지며 전 세계에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다.
이 같은 일은 아프가니스탄 한 호텔 등에서도 벌어졌다. CNN 등은 아프가니스탄의 한 호텔에서 일부 아기 엄마들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철조망과 벽 너머 경비를 서는 영국 군인들에게 아기를 던졌다고 전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영국군 관계자는 “아프가니스탄 엄마들은 절박했다. 탈레반의 폭행을 견디면서도 ‘내 아기만이라도 살려달라’고 외치며 철조망 반대편에 있는 우리한테 아기를 던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던져진 아기 몇 명은 철조망 위에 떨어졌다”면서 “그 후에 일어난 일은 끔찍했다, 나중에 밤이 되자 모든 부대원이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이 호텔은 영국이 자국민과 관계자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공수부대원들이 지키도록 한 곳인데, 탈레반의 압제를 우려한 아프간 사람들이 몰려들며 구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아프간 수도 카불에 있는 공항에는 수천 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군중을 해산시키려는 총성이 난무했고, 고 현장에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사망자도 나오는 등 대혼란이 빚어졌다.
급기야 모든 항공기 운항이 일시 중단됐다가 활주로 상황이 정리되고 나서야 운항이 재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공항에 진입조차 못 하는 이들도 많았다.
공항은 미군이 통제하고 있지만, 공항으로 가는 검문소 등은 무장한 탈레반이 장악해 아프간인들의 출국길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탈레반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민간인들을 폭행하거나 여권이나 서류를 찢어 공항으로 가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여성은 다리에 묶인 붕대를 가리키며 “부적절한 복장으로 지적당할까 봐 일부러 검은 천을 둘렀는데도 폭행을 당했다. 내가 공항에 가는 것 때문에 때린 것 같다”고 언론에 전했다.
지난 17일 탈레반은 카불을 장악한 뒤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외국군에 협조했던 이들을 대상으로 복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포용과 변화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후 시위대와 언론인, 여성을 향해 총을 겨누고 대대적인 탄압에 나서면서 공포정치가 20년 만에 다시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조민영 기자, 원태경 인턴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