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고래체험시설 ‘마린파크’의 마지막 돌고래 ‘화순이’가 수족관에서 세상을 떠났다. 마린파크에서는 지난해 8월 이후 1년간 화순이를 포함해 돌고래 4마리가 폐사했다. 연이은 돌고래의 죽음에 마린파크와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년 동안 4마리 폐사…“예고된 죽음이었다”
19일 해양수산부와 동물보호단체는 전날 제주도청 담당 공무원이 서귀포시 안덕면 마린파크를 방문해 화순이의 사망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화순이는 18일 부검을 진행한 뒤 20일 관할 당국인 영산강유역환경청에 폐사 신고가 접수됐다. 부검 결과서에 따르면 화순이는 13일 장염전에 따른 혈행 장애로 사망했다.
화순이의 죽음은 올해 3월 돌고래 ‘낙원이’가 사망한 지 5개월 만이다. 마린파크에서만 1년 새 돌고래 4마리가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동물단체들은 화순이의 죽음이 예견된 것이라고 말한다.
화순이는 지난 2009년 잔인한 포획으로 악명 높은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 마을에서 잡혀 한국으로 수입됐다. 죽기 전 화순이는 심한 스트레스로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했고, 수면 위에 멍하게 둥둥 떠 있거나 비슷한 동작을 반복하는 등 이상행동을 보였다. 그러나 죽기 직전까지도 화순이는 체험 프로그램에 투입됐다. 조련사 체험 4회, 스위밍 체험 2회 등 총 여섯 번의 체험과 공연에 동원된 것이다. 앞서 여러 단체들이 마지막 남은 돌고래 화순이의 방류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시작했지만 끝내 화순이는 바다로 돌아가지 못했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화순이의 죽음을 알리며 “마린파크가 지난 일주일간 전화에 응답이 없고, 홈페이지 예약도 받지 않아 화순이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음을 짐작했다. 17일 현장방문 때 직원으로부터 ‘마린파크는 더 이상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4개월간 여러 시민사회단체는 화순이의 죽음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제주도지사를 비롯한 제주도청 관계자들은 시민사회단체의 절박한 요구를 무시해왔다”고 비판했다.
화순이의 죽음에 대한 일차적 원인은 마린파크에 있으나 해양수산부와 제주도청 역시 시민들의 구조 요청을 외면했다는 점에서 돌고래를 죽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한 것이다.
핫핑크돌핀스는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삶을 마감한 화순이의 사례는 우리에게 고래류 사육시설은 결국 고래를 죽음으로 내몬다는 것을 오롯이 증명하고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는 더 이상 해양 동물을 외면하지 말고 또 다른 죽음이 반복되기 전 전국 고래류 사육시설에 남은 고래류를 즉각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순이의 죽음이 전해지자 동물단체들은 전국 수족관의 돌고래들을 방류 결정하고 바다쉼터를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이제 제주 마린파크에는 돌고래가 없지만, 아직도 대한민국에는 23마리의 고래류가 감옥 같은 수족관에서 전시, 체험에 동원되고 있다. 돌고래들은 좁디좁은 수조에서 동료들과의 교감이 아닌 벽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자신의 초음파를 들으며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7년 야생생물법 개정으로 사실상 고래류 수입이 금지됐지만, 현재 남아있는 고래들은 수족관이 그만둘 때까지 전시, 체험에 동원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모든 수족관과 정부는 지금 당장 수족관에 감금된 고래들의 체험과 전시를 중단하고 고래류 방류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4월 기준 국내 고래류 감금 시설 7곳에 갇혀 있는 고래류는 총 26마리다. 많은 돌고래들은 평균 수명의 3분의 1도 살지 못하고 전시·공연·체험이라는 명분 아래 생을 마감하고 있다.
화순이의 죽음을 접한 누리꾼들은 “진짜 기본적인 수질 관리조차 안 되는구나” “돌고래처럼 똑똑한 동물들을 인간의 욕심으로 가두는 거 자체가 동물 학대다” “인간이 미안해” “동물과 관련된 상업, 관광 상품들은 시대적 흐름을 좀 읽었으면” 등의 반응을 보이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화순이의 폐사 이후 제주 마린파크는 현재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이예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