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선수들의 미래는 끝났다” 前 아프간 대표 선수의 절망

입력 2021-08-21 04:19
아프가니스탄 가라데 대표 선수였던 미나 아사디 선수가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아프간 여자 선수들의 미래는 끝났다. 탈레반은 극단주의 정당이며, 인권이나 여성의 권리는 없을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의 가라데 대표 선수 미나 아사디(Meena Asadi·28)는 고향 상황에 이같이 절망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남쪽에 위치한 찌사루와(Cisarua) 지역의 한 체육관에서 진행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다.

미나 아사디는 2012년 남아시아 가라데 선수권 대회에서 2개의 은메달을 획득한 아프가니스탄의 여자 대표 선수다. 12세 때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파키스탄에서 가라데 훈련을 시작했고 2010년 남아시아 게임에서 아프가니스탄 대표로 첫 출전했다. 이듬해 카불로 돌아와 가라데를 가르치는 체육관을 열었지만 폭력 사태로 또 다시 외국으로 도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현재 남편, 딸과 함께 인도네시아에 머물며 ‘찌사루와 난민 가라데 단체(Cisarua refugee karate club)’를 설립해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Cisarua refugee karate club 인스타그램 캡쳐

인도네시아에 있는 대부분의 아프간 난민은 시아파 종교를 이유로 탈레반과 이슬람 국가를 포함한 수니파 무장단체의 표적이 된 하자라(Hazara)족이다. 하자라 소수민족인 28세 여성은 로이터 통신에 “모든 업적과 가치가 파괴되었다. 사람들, 특히 여성과 소녀들에게는 암울한 순간일 뿐”이라고 전한 바 있다. 미나 아사디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를 비롯한 아프가니스탄 사람 모두는 희망을 잃었고 비참함을 느낀다. 탈레반이 카불로 돌아온 지금 우리가 이룬 발전이 모조리 무너졌다”고 비통한 심경을 토로했다.

탈레반은 “이슬람법의 틀 안에서 여성의 권리를 존중할 것”이라면서 “여성의 취업과 교육도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미나를 비롯한 국제 사회의 시선은 회의적일 뿐이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재장악하며 그동안 아프간 여성 운동 선수들이 쌓아왔던 노고는 모두 물거품이 됐다. 아프가니스탄의 ‘외팔 태권소녀’ 자키아 쿠다다디(Zakia Khudadadi)는 도쿄로 출발하기 하루 전날인 지난 15일,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재장악 사태로 인해 도쿄행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아프간 여성축구협회 공동 창립자이자 전 아프간 여자 축구대표팀 주장인 칼리다 포팔은 지난 19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의 통치 속에 살아남기 위해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신분증을 없애고 국가대표팀 유니폼은 물론, 축구 관련 장비를 모두 태워버리라”고 호소했다. 여자 축구는 그동안 아프간에서 ‘자유의 상징’으로 여겨져왔다. 그런만큼 자칫 보복을 당하지 않으려면 신분증을 없애고 숨어 살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천현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