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여성 폭행 사건에 들끓는 여론…“그들을 개라고 부르지 마라”

입력 2021-08-20 20:47
트위터 캡처

파키스탄에서 수백명의 남성들이 한 여성을 상대로 폭행하고 갈취한 사건을 두고 후폭풍이 거세다. SNS에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정치인과 유명인들의 발언이 계속되면서 파키스탄 내 여성 인권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파키스탄 국회 야당 의장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는 19일 트위터에서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부패와도 관련이 깊으며 모든 파키스탄인을 수치스럽게 한다”며 “책임 있는 자들은 모두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파키스탄 여성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모든 사람들의 안전과 평등권을 보장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파키스탄 무슬림연맹의 셰바즈 샤리프 총재는 SNS에 “더 걱정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라며 “최근 반(反)여성 사건들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불안감을 일깨워 준다. 매우 수치스럽다”고 밝혔다.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조카이자 시인인 파티마 부토는 트위터에 “이 400명의 남성을 개라고, 동물이라고 부르지 말아달라”며 “개는 충성스럽고 사랑스러운 동물이다. 개와 동물은 여성을 더듬고 위협하고 학대하고, 이를 영상으로 찍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 여성을 폭행하는 과정을 여러 사람이 직접 촬영했다. 풍부한 영상 증거 덕분에 지체없이 400명 이상의 체포가 이뤄질 수 있을까”라고 묻기도 했다.

현재 파키스탄은 ‘여성에게 위험한 국가’ 세계 6위에 올라있다. 성범죄와 가정폭력 사건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앞서 지난 17일(현지시간) 데일리파키스탄 등 현지언론은 “지난 14일 파키스탄 북동부 펀자브주 라호르에 위치한 그레이터이크발공원에서 한 여성이 남성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장신구를 빼앗겼다”고 보도했다.

이날은 파키스탄 독립기념일을 맞아 약 4만명의 사람들이 공원에 모여 있었다. 친구 6명과 함께 공원에 온 피해 여성은 틱톡 영상 촬영을 위해 해당 공원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당시 폭행 상황을 촬영한 영상이 SNS를 통해 퍼지며 논란이 불거졌다.

영상에서 피해여성은 수많은 남성들에게 붙잡힌 채로 소리를 지르며 도움을 요청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남성들은 여성을 들어 올려 옮기는 등 계속해서 폭행했다.

피해 여성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300~400명 정도의 남성들이 있었다. 여러 명이 나를 도와주려고 했지만 나는 계속 공중으로 던져졌다”며 “그들은 내 옷이 찢어질 정도로 밀고 당겼다”고 호소했다. 이어 “반지·귀걸이 등 귀금속 및 휴대전화, 신분증, 현금 1만5000루피(약 23만원)도 다 빼앗겼다”고 말했다.

현지 경찰은 여성에 대한 폭력, 절도, 불법 집회 등의 혐의로 신원 미상의 수백명 남성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한다녕 인턴기자